부대사업 잇단 실패에 '고속추락'<br>1902년 13만弗에 인수… 60년대까지 승승장구<br>편집권 독립 보장이 경영 악순환 신호탄으로<br>경영자질 있는 후계자 부재도 중요한 요인
| 클라렌스 배런(왼쪽부터), 그의 수양딸 제인과 그의 남편휴 뱅크로프트(오른쪽 끝)가 지인과 함께 서있다. /다우존스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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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로프트家, 머독에 다우존스 매각 확정
다우존스, 부대사업 실패로 추락1902년 밴크로프트家서 인수후 승승장구편집권 독립보장이 경영 악순환 신호탄경영자질 있는 후계자 부재도 매각 요인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클라렌스 배런(왼쪽부터), 그의 수양딸 제인과 그의 남편휴 뱅크로프트(오른쪽 끝)가 지인과 함께 서있다. /다우존스제공
1일(현지시간) 미국의 간판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의 대주주인 밴크로프트 가문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에 다우존스 그룹을 넘기기로 확정했다. 이로서 밴크로프트 가문은 한 세기 넘게 지켜온 언론사 대주주로서의 자리를 포기하고, 다우존스사를 인수하기 위한 3개월간의 지리한 밀고 당김은 결국 머독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면 밴크로프트 가문이 100년 이상 소유한 권위있는 경제지를 넘겨주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다우존스사의 부대 사업 실패 ▦시대흐름에 맞는 경영 혁신 실패 ▦경영자질이 있는 후계자 부재를 들수 있다.
1902년, 미국인 사업가 클라렌스 배런은 뉴욕 맨해튼의 한 과자가게 건물 지하에 위치한 소규모 경제지 다우존스를 당시 13만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다우존스의 독자는 7,000명이었다. "경제뉴스가 언젠가 사람들의 삶을 뒤바꿀 것"이라 믿었던 그는 전신을 이용해 한 시간 단위의 속보성 금융정보를 전달하기 나선다. 미국을 뛰어넘어 전세계에 가장 권위있는 경제매체인 다우존스와 자매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렇게 탄생했다.
금융정보의 힘을 일찌감치 간파한 배런의 추진력으로 다우존스는 설립초기부터 1960년대까지 꾸준히 성장해왔다. 실시간 정보보도와 사실과 통계수치에 철저히 의존한 깔끔한 뉴스로 미국 엘리트 계층을 겨냥해 신문을 만든 것이 성장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또 배런이 오너로서 다우존스의 편집권 독립을 인정한 것도 매체권위를 한층 높여주었다. 1941년 월스트리트저널의 발행부수는 3만3,000에서 110만부로 급증했다. 1966년에 다우존스사는 1,3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 해부터 1983년까지 발행부수는 두배 이상 증가한 2,100부까지 늘었으며 광고수입도 매해 10%씩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눈부신 성장을 이룰수 있었던 이유는 배런 시절부터 이어져온 편집권 독립을 밴크로프트 가문이 보장했기 때문이다. 밴크로프트 가문은 편집장도 기자출신을 선임했다.
1963년 다우존스가 상장되자 밴크로프트 가문 측은 다우존스의 직접 경영에서 손을 떼고 싶어했다. 경영일선에 물러나는 대신 이들은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원했다. 즉 편집권 독립을 약속한 대신 이들은 마진율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직접적인 경영개입으로 인한 골치아픈 일에 휘말리길 거부한 것이다. WSJ는 "배당수익만 보장이 되면 이들은 경영진들이 범한 우를 때때로 눈감아줬다"며 "그것은 곧 다우존스 경영에 대한 악순환의 신호탄이었다"고 분석했다.
머독의 인수제안을 두고 밴크로프트 가문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세대간의 사고 차이를 드러냈다. 윗세대들은 머독과 같은 독재언론재벌에게 다우존스를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에 집안의 3세들은 앞으로 다우존스의 미래와 머독의 광범위한 투자능력을 높게 쳐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고스와 윌리암 콕스 등 몇몇 자손들은 다우존스 인수협상에서 배제됐다며 사업에 완전히 손을 떼버렸다.
사업면에서도 다우존스는 정체기에 머물렀다. 1980년대 일간지의 전산화가 본격화되면서 다우존스는 여러가지 관련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막대한 손실만 입은 채 실패를 거듭했다. 87년 인수한 텔레레이트 사는 10년만에 팔아 넘겼고 이후 91년 웨스팅하우스와 합작한 파이낸셜 뉴스 네트워크도 9,000만달러를 들여 인수를 시도했지만 제너럴일렉트릭(GE)에 빼았겼다. 이후 IT버블 붕괴에 맞춰 월스트리트저널의 2001년 4ㆍ4분기 수익은 전년대비 60%나 급락했다.
앞으로 다우존스의 편집권이 머독의 영향을 받게 될진 아직 미지수다. 미국 언론들은 이와 관련 "분명한 것은 세대를 이어온 밴크로프트 가문의 방관식 경영이 125년간의 다우존스를 다른 소유주의 손에 넘어가게 했다"고 진단했다.
입력시간 : 2007/08/01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