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위기의 뿌리는 부패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400년 된 거목이 있었다. 수백년간 모진 비바람을 당당히 견디며 서 있던 나무가 한순간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원인을 조사해보니 범인은 작은 딱정벌레였다. 거대한 나무에 비하면 수천분의1도 안 되는 몸집의 딱정벌레가 어느 날 이사와 나무 속을 갉아먹더니 급기야 400년을 버텨온 거목을 쓰러뜨린 것이다. 부패란 꼭 이 딱정벌레와 같다. 부지불식간에 스며들어 조직을 갉아먹고 결국은 붕괴의 길로 이끈다. 부패를 청산하지 못하는 조직에 미래가 없는 이유다. 부패가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인 것은 한 조직의 파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정의를 흔들어 국민에게 좌절감을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국민적 패배감은 사회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켜 급기야 분노로 표출된다. 최근 잇따라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아랍권의 항거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1번지인 월가를 뒤덮고 있는 분노의 외침은 탐욕과 부패에 대한 옐로카드다. 우리사회 내부의 부패가 심각한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부패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난해에도 부패지수는 뒷걸음질쳤다. 부패 척결은 국민 대통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일 텐데 지속적 관심이 아쉬울 뿐이다. 부패를 근절해나갈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체 감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그중 쉽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제 눈의 들보는 잘 보지 못해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조직은 많지 않다. 최근 직원의 부패 문제로 많은 고객에게 피해를 끼친 한 대기업은 감사 기능을 강화하라는 조언을 이전부터 받았지만 마이동풍이었다. 감사담당자들이 업계 최고의 베테랑으로 구성돼 있다며 자신만만해 할 뿐이었다. 장두노미(藏頭露尾)라 했다. 머리를 아무리 감추려 해도 꼬리는 이슬을 맞는다는 말이다. 진실은 숨기려고 해도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부패를 근절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나라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고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월가 시위대의 분노는 세계경제 위기의 주범인 부패와 탐욕을 몰아내야 한다는 대다수 소시민의 절규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이라고 여기기에는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가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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