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1월 20일] 한미FTA 재협상 이익균형 실현이 관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결국 빛을 못 본 채 재협상이라는 이례적인 사태를 맞게 된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양국 정부가 서명한 지 4년 가까이 된 협정을 재협상하기로 한 것 자체가 국제관례상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정부 간 약속을 깨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미 FTA는 양국을 위해서는 물론 세계 무역자유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재협상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할 가치는 매우 크다. 그러나 먼저 재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재협상이라는 이례적인 사태를 몰고 온 책임소재를 정확하게 규명하고 상호 인지하는 것이다. 기존 협정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측이 뒤늦게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추가 협의까지 결렬시킨 데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18일자 사설에서 한미 FTA 지연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때문이라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가 '심각한 결함을 지닌 협정'이라고 비판해온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재협상을 하게 될 경우 한국 측이 불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측은 추가 협의를 통해 제기해온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세이프가드 도입, 관세철폐 기한 연장, 부품 관세환급 폐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환경 및 안전기준 완화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 측의 요구와 관련해 이익균형을 맞출 수 있는 뾰족한 대항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분야를 양보할 경우 이를 상쇄할 만한 카드가 없어 균형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국민이 납득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면에서 재협상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재협상의 원인제공자인 미국 측의 입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재협상이 기존 협정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되도록 무리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재협상은 양국의 국내 사정과 맞물려 성과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단호히 대처해 이익균형을 맞추기 위한 협상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재협상 과정과 내용을 그때그때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해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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