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의도적 판깨기냐… 깜짝 응찰이냐

'우리금융 입찰' 발빼는 시중은행들


●의도적 판깨기?- "産銀금융 위한 들러리는 싫다" 매각 지연시켜 시간벌기 나서
●깜짝 응찰?-뜻밖 후보로 특혜시비 종결땐 접수 마감 직전에 뛰어들수도
‘의도적인 판 깨기냐, 계산된 반전 드라마냐.’ 예금보험공사를 최대주주로 둔 우리금융그룹이 민영화를 통해 새 주인을 찾으려 하지만 향방은 아직 불투명하다.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KB∙신한∙하나금융그룹 등 경쟁 민간금융사들이 한결 같이 고사하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금융 매각입찰에서는 민영화를 위해 절치부심해온 산은금융그룹의 1강 구도가 유력해진다. 그러나 이는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어 산은금융으로서도 독배가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민간금융사들이 산은금융 주도의 우리금융 매각입찰의 판을 깨 시간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을 빼고 있다는 해석과 마감시한에 임박해 ‘깜짝 응찰’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론스타 변수 주목=양분된 시나리오의 향방을 점치는 데 가장 주목되는 변수는 외환은행을 팔려는 대주주 론스타와 사려는 하나금융그룹 간 계약연장 협상의 결과다. 양측 모두 호의적이어서 현재로서는 계약연장이 유력하다. 다만 론스타 측은 연장 기간의 단위를 최소 한 달로 염두에 둔 반면 하나금융 측은 최소 3개월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연장 기간이 한 달로 최소화된다면 단순 시간벌기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 모두 다음달 16일 개시되는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대법원파기환송심(서울지방법원)의 재판진행 내용을 보고 계약을 깰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하나금융은 앞으로 한 달가량 추이를 지켜본 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음달 29일 공고된 우리금융 매각입찰 참가의향서 접수마감 직전에 해당 입찰 참여로 급선회할 수도 있다. 다만 계약연장 기간이 3개월 이상이라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양측에 모두 양다리를 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의 한 임원은 “외환은행 인수계약이 최종적을 깨질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외환은행을 포기하고) 우리금융 매각입찰에 뛰어든다는 것은 아직 기초적인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산은금융 위한 들러리 거부=일각에서는 KB∙신한∙하나금융 등이 우리금융 매각을 지연시켜 시간을 벌기 위해 이번 매각입찰에서 발을 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입찰을 산은금융의 단독 참여 구도로 몰고 가면 특혜시비가 일어나 유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판이 깨고 연말 이후에 다시 입찰이 재개되면 그때 민간금융사들이 참여한다는 시나리오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매각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는 것은 사실상 ‘우리금융을 산은금융에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그 잔치에 경쟁사들(KB∙신한∙하나금융)이 들러리 서려고 하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각입찰 ‘김 빼기 작전’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많다. KB∙신한∙하나금융이 발을 뺀다고 해도 해외에서 예상하지 못한 제3의 후보가 입찰에 뛰어들 경우 ‘산은금융+알파’의 복수경쟁이 성립돼 특혜비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우리금융 매각입찰과 관련해 “산은금융은 후보 중 하나일 뿐 유효경쟁이 가능한 (또 다른) 인수 희망회사가 강력한 후보들로서 분명히 시장에 존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민간금융사들이 발을 빼는 척하다가 입찰접수 마감 직전에 뛰어드는 반전을 연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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