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자산시장 웃고 투자·소비 울고… 엇박자 지표에 정부도 시장도 헷갈린다

주식·부동산 활기띠고 수출 기대 이상이지만

소비심리 주춤하고 기업체감지수 하락세로

"확장적 재정 정책 함께 경제법안 통과 시급"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듯하면서도 확실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9월 추석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서울경제DB



경기의 흐름이 묘하다. 긍정 신호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뒤이어 좋지 않은 신호가 곧바로 뒤따르고 있다. 이 때문인지 경기의 방향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도 조심스럽다.

'부진에서 회복되고 있으나 회복세는 미약한 모습(기획재정부 9월 그린북)' '소비 중심의 내수는 개선되고 있지만 심리의 뚜렷한 회복은 못함(한은 9월 금융통화위원회)' 등의 수준이다. 시장전문가들의 상황도 대동소이한데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수정 전망치는 물론 내년 성장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일 때는 정부와 한은이 힘을 합쳐 전력투구하면 되지만 지금은 여러 지표가 엇갈리는 상황"이라면서 "정책 수위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달아 오로는 자산시장, 회복된 9월 수출 … 긍정의 신호= 경기에 선행하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는 볕이 들고 있다.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2년 만에 가장 많은 2,000만개에 육박했고 신용융자 잔액도 3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5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5조4,006억원으로 2011년 8월16일(5조4,024억원) 이후 가장 많다.

경기 성남시 복정동에 위치한 GS건설의 '위례 자이' 모델하우스는 26일 문을 연 후 사흘간 4만여명의 투자자들이 방문했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에 이르는 최고가 아파트도 나왔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12주째 올랐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10억원 이상 아파트 낙찰가율은 85.7%로 올해 최고를 기록했다.


잠시 주춤했던 수출도 좋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9.5% 늘었다. 특히 8월 -0.1%였던 수출은 9월에 큰 폭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씻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월말 효과 등을 감안할 때 9월 수출은 기대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20일까지의 일일수출량도 22억8,000만달러로 올해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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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들지 않은 심리·실물지표, 그리고 엔저 … 부정의 신호=정부와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각종 경기지표들은 기대에 차지 않는다. 9월 소비심리는 107로 2개월째 멈췄고 기업의 4·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7로 지난 3·4분기(103)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7월 투자는 3.0%, 소매판매액은 0.6% 증가에 그쳤다. 더욱이 2·4분기 경제성장률이 0.5%로 기대를 크게 밑돌면서 충격을 줬다.

상용근로자가 32만3,000명(8월)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양질의 고용은 미흡한 상황에서 고용을 대체하던 창업도 줄었다. 8월 신설 법인은 6,551개(한은)로 전월보다 1,578개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근로자의 27.4%에 달할 정도로 고용기여도 큰 상황에서 창업 부진이 지속하면 '창업-고용-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엔저도 불안요소다. 일본 기업과의 경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서 엔저는 자동차·조선 등 국내 수출기업에는 악재다. 원·엔이 내년에는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수출이 총액 기준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원고에 울며 겨자 먹기 식 출혈 수출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채산성 악화로 초비상이다.

◇일본 전철은 밟지 않겠지만 … 돌파구 찾아야=저성장·저물가의 장기화에다 고령화 등 구조적인 이유로 20년간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의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 이정화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20여년 전 일본과는 달리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대외수요 증가의 수혜가 예상되고 앞으로 여성 노동참여 확대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경제개혁 추진을 통한 경쟁력을 높이고 규제개혁 및 인센티브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일본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이 정도로는 엄습하는 위기를 돌파하기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장적 재정·금리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물론 국회도 하루빨리 경제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도 "가계부채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소비가 짓눌려 있는데 확장적 정책으로 심리적 저지선을 넘어야 하고 기업투자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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