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프랑스 해운사로부터 1만1,4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무려 12억달러 이며 이는 단일수주액으로는 자사가 세웠던 세계조선업계 사상 최대 기록을 한달여만에 경신한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중의 올해 수주액은 165척, 151억달러로 연간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번에 수주한 배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1,400개를 선적할 수 있는 거대한 선박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이다. 현대중이 각종 수주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하는 데는 이처럼 우수한 기술력이 가장 큰 힘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한 것이 노조다. 지난 90년대 강경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중 노조는 올해로 12년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며 생산성 향상으로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한 몫 톡톡히 했다.
노조는 그저 무쟁의에 그치지 않고 세일즈 활동에까지 힘을 보탰다. 발주처에 선박을 맡겨준 데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최고품질의 배를 만들어 보답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실제로 그렇게 해 선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엑슨 모빌이 납기단축의 공로를 인정해 노조에 1,000만달러(100억여원)의 격려금을 내놓는 등 선주들의 감사표시가 잇따랐고 독일의 해운사는 지난 주 선박 명명식에 노조위원장 부인을 명명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 선사는 명명식 직후 추가발주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국내 조선해운업계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일로 선주들이 노조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선주들 뿐 아니다. 현대중 노조에는 합리적 노조활동을 칭찬하는 네티즌들의 편지가 쏟아진다. 조선소는 업종특성상 일반 소비자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가 회사 이미지제고에도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회사는 이런 노조에 정년연장 등으로 화답하고 있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 회사는 말할 것 없고 결과적으로 노조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노조활동이 판치는 상황에서 현대중의 ‘윈-윈’ 노사관계는 더욱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