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주택경기 '날개없는 추락'

6월 기존주택 판매 10년來최저…"내년초에나 바닥 근접"<br>빌 그로스 핌코CIO "집값 떨어져 금융권 손실 1조달러"<br>미국 경기회복 지연→신용위기→글로벌 금융불안 우려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경기의 골이 깊지만 그 바닥을 확인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 경기회복 시기가 늦어지고 모기지발 신용위기는 계속되면서 지구촌 금융시장을 계속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투자의 귀재’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4일(현지시간) “집값 하락과 모기지 시장 불안으로 금융권 손실규모가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의 손실액은 4,000억달러를 약간 웃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이날 발표한 6월 중 기존주택 판매는 486만채에 그쳤다. 이는 10년 만의 최저치다. 당초 예상치 495만채에도 미치지 못한 저조한 실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5.5% 감소했다. 반면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주택 재고는 449만채로 전달보다 0.2% 늘어났다. 이 같은 주택재고는 6월 판매량 기준으로 11.1개월치에 해당한다. 지난 1980년 중반 이후 사상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주택지표로 미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이날 미국과 유럽ㆍ아시아 등 세계증시가 연쇄적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집값 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다소 견해가 다르지만 최소한 올해 말, 내년 초까지는 가야 바닥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소비둔화와 모기지 금리 상승, 대출규제로 재고 주택과 주택 차압이 늘어나 주택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는데다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도 주택 수요를 줄이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이 집값이 좀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매수시점을 미루는 것도 주택경기 침체의 골을 더 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 거래분의 30%는 차압 주택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주택 수요자들이 헐값에 나온 주택 위주로 매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미국의 집값은 20개 대도시 기준으로 2006년 하반기 고점 대비 18% 하락했다. 그러나 집값이 앞으로 10%가량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앞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주택시장이 매우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 뒤 “주택 착공은 올 하반기 안정세를 찾아도 주택 가격 하락은 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대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부실의 여파도 한동안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최근 모기지 금리가 꾸준히 상승해 가뜩이나 돈줄을 죄고 있는 금융권의 주택담보 대출여력을 감퇴시키고 있다. 그로스 CIO가 연초 금융기관 손실규모를 2,500억달러로 추정했다가 이날 1조달러로 수정한 것도 이 같은 변수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경기 부진은 이어지고 있지만 강도는 점차 낮아져 바닥 확인이 조금 빠를 수 있다는 낙관적 분석도 나온다. 아비엘 라인하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전년 대비 28%(연율 기준) 하락한 기존주택 판매가 올 상반기 3%에 그친 점은 고무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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