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신 지키는 돈키호테를 기대하며

‘산 넘어 또 산인가?’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처한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간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경인방송 사업자 선정이 적격 사업자가 없다는 이유로 미뤄지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법(개정안)’이 중앙회의 당초 안보다 변화의 폭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중소기업청의 ‘기협법 개정안’은 조합의 설립 및 가입을 자유화하고 중소기업단체의 정회원 가입을 배제하는 내용으로 기존 중앙회의 개정안과 꽤 달라진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조합 설립시 업종 및 업무구역 지정 조항을 삭제하고 업체의 조합 중복가입도 허용한 것. 이는 동일 업종 및 구역에 한해 복수 조합 설립을 허용한 기존 개정안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조합들의 마음에 들 리 만무하다. 중소기업청은 업종별 조합들이 사업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조합의 신설 요건도 완화함으로써 단체수의계약제도를 기반으로 형성된 현 조합체계를 공동사업 위주의 사업조합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조합 이사장들과 연합회 회장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조합 설립을 자유화하면 조합들이 난립하게 돼 결과적으로 전체 중소기업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변기관을 자처하는 중앙회에 대한 조합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한 조합 이사장은 “중앙회가 과연 조합들을 위해 뭘 했느냐”면서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따라가 눈도장만 찍으면 그것으로 할 일 다한 거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구 기협중앙회 회장의 입장도 난처할 수밖에 없다. 회원사 편에 서서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도,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 설 수도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처한 형국이다. 특히나 그는 오는 13일 개정안에 대한 국회 산자위 공청회가 예정된 가운데 이들 ‘반대파’들을 설득하느라 이번주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일부 조합들의 반발 속에서도 한 가지는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당초 기협법 개정안을 마련한 취지가 중소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졌던 것인 만큼 그 ‘초심’을 되새겨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돈키호테’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가 이번 파고 속에서도 소신을 끝까지 지켜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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