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철 없는 계절 가전

여름≠제습기… 1~5월 판매 35% 늘어<br>가을≠김치냉장고… 상반기 수요 2배나 급증<br>봄≠공기청정기… 미세먼지 여파 연중 인기<br>기후·소비 트렌드 변화 영향

삼성 김치냉장고

LG 공기청정기

LG 제습기

계절가전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봄=공기청정기' '여름=제습기' '가을=김치냉장고' 등 특정 계절에만 몰리던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연중 고르게 분산되고 있는 것. 기후변화 추세와 더불어 소비 트렌드까지 새롭게 변하면서 계절가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여름철 가전으로 손꼽히는 제습기의 경우 과거 6~7월 장마철에만 집중되던 판매량이 올해 들어서는 봄철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LG전자의 제습기는 아직 장마철이 시작되기도 전인 올 1~5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제습기 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우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기후가 고온 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습도가 높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제습기 보급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제습기 보급률은 아직 1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한국의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장마철도 길어지면서 국내 제습기 시장도 2010년 15만대에서 올해 100만대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경기불황의 여파로 전력소비는 적고 가격은 저렴한 제습기와 선풍기가 에어컨 대용으로 뜨고 있는 것도 판매량 증대에 일조하고 있다. 또 실내에서 빨래를 건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계절에 상관없이 제습기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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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가전의 대명사로 통하던 김치냉장고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김장철을 앞둔 9~10월 가을철에 판매가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 상반기로도 점차 수요가 분산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 2007년만 해도 전체 김치냉장고 판매에서 김장철이 포함된 하반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83%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69%까지 떨어졌다. 반면 상반기 판매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31%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맞벌이부부와 싱글족의 증가로 가정에서의 김치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다 김치냉장고의 활용도가 과거 김치 보관 위주에서 과일ㆍ야채ㆍ와인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황사철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던 봄철 대표 계절가전인 공기청정기도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1년 내내 이슈화되면서 특정 시기에 관계없이 고른 판매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의 전체 공기청정기 판매에서 3~5월 황사철 성수기를 제외한 나머지 비수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0%에서 지난해 40%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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