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공모주 열기 틈탄 시세 조종 주의하세요"

시초가 최대로 끌어올려 상장 직후 매도해 이득

8~9시 공모가 150~200%에 매수 집중땐 의심을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 많은지도 잘 살펴봐야


지난 2010년 8월 전업투자자 A와 B씨는 주식 시세를 조종해 돈을 벌기로 공모한 뒤 다산리츠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약 10만주를 받았다. 또 다른 전업투자자인 C·D·E씨도 사전 모의를 통해 다산리츠 공모주 7만주가량을 손에 넣었다.

이들의 작전은 다산리츠의 상장일인 2010년 9월9일 본격 시작됐다. 상장 직전 오전8시와 9시 사이 매수ㆍ매도 호가 접수에서 공모가격의 최고 200% 범위 내에서 시초가가 결정된다는 점을 이용해 다산리츠 공모가(1,000원)의 2배인 2,000원에 대량 매수주문을 냈다. 공모가격보다 2배 높은 가격에 시초가가 형성되자 이들은 본인들이 낸 대량매수주문을 취소하고 청약으로 확보한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 약 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청약에 참여했던 일반 투자자들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손해를 봐야만 했다.


최근 삼성SDS 상장을 계기로 공모주 투자 열기가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새내기주를 상대로 한 시세조종 세력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그나마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모주로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시세조종 세력의 타깃이 돼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10년 다산리츠 상장 당시 시세 조종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한 전업투자자 5명을 자본시장법 176조를 위반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신규상장 주식의 기준가격을 시세 조종하여 적발된 최초의 사례다. 이전까지 금융당국은 이미 상장된 기업들에 대한 시세조종 행위를 주로 적발했다.

공모주를 대상으로 한 시세조종 행위는 다산리츠 사례처럼 상장 당일 오전8시부터 9시까지 공모가의 200% 가격에 매수 호가를 집중해 일반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신규 상장 종목의 시초가는 대형주건 중소형주건 상관없이 상장일의 오전8시부터 9시까지 매수·매도 호가를 접수해 공모가의 90~ 200%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 점을 이용해 일부 작전 세력들은 허위로 공모가의 200%의 가격에 대량 매수주문을 내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상장 직후 곧바로 매도해 이득을 취한다.

관련기사



금감원 특별조사국 관계자는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공모주에 대한 기준가격(시초가) 시세조종도 처벌 대상이 되면서 이번에 검찰 고발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거워 금융당국이 새내기주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는데 투자자들도 해당 기업의 사업성과 적정 가격을 잘 살핀 뒤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모주 투자자들이 시세 조종을 의심할 수 있는 징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번째로 공모주가 상장되기 전 매수 호가가 지나치게 공모가의 150~200% 가격에 집중돼 형성됐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세력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띄워 상장 직후 매도해 편법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실한 기업이라고 의심되는 데도 공모가 대비 기준가격이 높게 형성될 때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만하다. 실제 다산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로 부산 해운대에서 오피스텔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매입대금 중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해 문제가 됐고 이 과정에서 신고되지 않은 어음도 발행해 결국 1년도 채 안 돼 상장폐지됐다. 1년도 안 돼 상폐될 정도로 허술한 기업이 상장 당일 기준가가 공모가의 200%에 형성됐다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모주 청약 당시 청약 물량을 배정 받은 투자 주체도 잘 살펴봐야 한다. 기관투자가 대비 지나치게 일반 투자자에 배정된 물량이 많으면 상장 직후 차익실현을 위한 잠재적인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산리츠의 경우 상장 당시 일반투자자 지분이 68%가 넘었다. 이들 일반투자자의 상당수가 단타매매를 하는 전업투자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모주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이 합병이나 분할 이후 재상장할 때도 시세조종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이 분할·합병 이후 재상장될 때도 평가가격의 50~200% 안에서 호가접수를 통해 시초가가 결정된다"며 "이때도 시세조종 세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