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이 각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강화로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조치에 맞서 항소를 제기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고, 독과점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실상 백기 투항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 컴퓨터 운영시스템(OS) '윈도 7' 유럽판을 소비자가 설치할 때 웹브라우저로 자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뿐만 아니라 파이어폭스, 사파리, 크롬 등 타사 제품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관측통들은 MS가 EU 집행위의 불공정 독과점 행위 조사를 며칠 앞두고 알아서 시정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감독당국과의 불가피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두 손을 들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MS가 성실한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EU 집행위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 당할 것임을 알아차리고 백기 투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2004년 3월에도 MS가 윈도에 윈도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 팔아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4억9,72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었다. EU 집행위는 이번 MS의 새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이 제안이 실제 어떤 효과가 있을지 따져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도 EU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10억6,000만유로(약 1조800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이 같은 과징금은 지난해 인텔 순이익의 27%에 해당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EU 집행위는 "인텔이 휴렛팩커드(HP)와 델, 레노버 등 PC 업체들에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경쟁사인 AMD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불복, 룩셈부르크의 유럽 1심재판소(항소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항소를 제기하더라도 일단 부과된 벌금은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인텔은 과징금 납부를 위한 충당금 마련에 나서면서 지난 2ㆍ4분기에 3억9,8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의 퀄컴에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다국적기업들의 독과점에 대한 각국 정부들이 규제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통신은 "반독점 규제 강화로 비즈니스 위축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로비 등으로 독과점 위반을 무마하려는 음습한 시도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