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 2개 잇단 발견<br>美·칠레등 5개국 국제공동연구그룹 결성 주도<br>'중력렌즈' 새로운 방법으로 세계적 성과<br>"한국 외계행성 연구분야 조만간 선두국가 될것"

세계 최초로 중력렌즈 방법을 이용,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 발견에 성공해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9월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정호(가운데)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가 소속 연구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정호 충북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중력렌즈 방법을 이용, 국제 공동연구그룹(Micro-FUN)과 발견한 외계행성이 자리잡고 있는 은하계 궁수자리(사진 위) 위치. 아래 사진에서는 중력렌즈 방법으로 관측한 궁수자리 내 외계행성의 밝기 변화가 4단계로 구분돼 나타나 있다.

최근 수년 간 국내 한 과학자에 의해 지구와 닮은 외계행성이 속속 발견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마치 '북두칠성'과도 같이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금까지 세계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약 200여개의 행성 중 지난 2005년과 2006년 연 이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가장 높은 지구와 가장 비슷한 두 개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데 성공, 현대 행성연구 분야의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 무한히 넓은 우주공간 속에서 '과연 지구상에 사는 우리만이 유일한 생명체일까'라는 질문은 그간 인류가 공통적으로 품어온 관심거리였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세계 천문학계는 '선택과 집중' 방식처럼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 즉 생명 존재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성만을 골라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러나 별과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하지 않는 행성의 특성 때문에 '제 2의 지구'를 찾는 노력은 늘 기술적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에 한 교수가 주목한 것은 '중력렌즈'라는 새로운 연구방법. 중력렌즈 현상은 별을 관측하는 도중 두 개의 천체가 관측자의 시선방향에 겹쳐 놓일 경우, 앞에 놓인 별의 중력 때문에 뒤의 별에서 나오는 빛이 휘어져 관측자에게 전달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른 것으로 마치 쇠공을 스펀지 위에 올려 놓으면 표면이 일그러지듯, 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 공간이 중력으로 인해 일그러지는 식이다. 문제는 부족한 연구 장비 등 물적 인프라. 한 교수는 세계 천문학자들과 접촉,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국제 공동연구그룹인 '마이크로-펀(Micro-FUN)'을 만들었다. 이후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칠레, 뉴질랜드, 이스라엘, 미국 캘리포니아ㆍ애리조나, 그리고 한국천문연구원이 미국 현지에 보유 중인 1.0m 망원경 등 6대를 총동원해 우리 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별들을 4월~10월까지 매일 관측했다. 이렇게 많은 망원경이 동원된 데 대해 한 교수는 "중력렌즈 행성신호는 짧은 시간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고빈도의 집중적인 관측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 대륙에서 진행되던 관측이 아침이 되면 종료돼 다른 대륙에 위치한 천문대가 이어 받아 관측해야 연속적인 관측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중력렌즈 현상을 겪는 행성을 매년 30~40개씩 발견, 이를 타깃으로 집중 관측해 2005년 5월 마침내 목성급 질량을 갖는 행성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이듬해 처음 발견된 행성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행성을 발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 발견된 행성은 이제까지 알려진 행성 중 세 번째로 질량이 작은 것"이라며 "이로 인해 중력렌즈 방법이 행성 검출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세계에 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중력렌즈를 통한 외계행성 발견은 1년에 2개 이상 가능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지구와 비슷한 질량의 행성 발견에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이 가장 주도적으로 중력렌즈 방법을 활용한 만큼 이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국가라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보다 나은 장비와 계속된 연구가 이루어질 경우 우리나라가 현대천문학에서 가장 첨단이자 관심이 뜨거운 외계행성 연구분야에서 선두국가가 될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고 기대했다. ● 한교수의 뚝심과 포부 "경제적으로 도움되는건 아니지만 국민 자긍심 주는 성과 또 내놓을것" "솔직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국민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연구의 가치를 찾고 싶습니다." 중력렌즈 방법을 통해 지구형 행성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지만 한 교수의 연구분야는 시쳇말로 '돈 되는' 연구분야는 아니다. 여기에 국내 연구개발(R&D) 지원 풍토가 산업계 연계가 가능한 응용분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한 교수처럼 순수 기초과학 분야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은 크고 작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실제 한 교수는 "지난 수 년간 연구비로 들어간 수 천만원의 비용은 모두 개인 연구비로 충당했다"고 말해 이 같은 현실이 한 교수에게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음을 짐작케 했다. 그렇다고 한 교수가 결코 열악한 연구 현실에 위축돼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2년 연속 발견된 행성들은 우주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과학적 연구가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과학자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기초과학 분야 특유의 진지함과 고집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대목이었다. 당연히 이 같은 뚝심이 없었다면 세계적 성과도 나오지 않았을 터. 그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으로 받게 되는 상금 1,000만원의 상당 부분을 소속 대학과 학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 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수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의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해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뛸 것"이라며 "조만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복수(複數)의 후속 관측성과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