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한 집에서 산 게 잘못인가요. 이사 다닌 적도 없고 집을 사고 팔며 투기를 한 적도 없는데 한달에 200만원씩 세금을 내라니 이럴 수 있습니까. 내년에는 종합부동산세금이 올라간다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서울 압구정동의 한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은 60대 후반의 박모씨는 1일부터 시작된 종합부동산세 납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씨는 공시지가 22억원인 아파트에 대해 국세청이 고지한 2,287만원의 보유세를 “일단 내겠다”고는 했지만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꼭 동참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 납부기한 첫날인 이날 아파트 값이 폭등한 서울 삼성동ㆍ도곡동ㆍ대치동ㆍ압구정동 등에 있는 은행 PB센터는 세금 납부와 관련된 문의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원기 하나은행 압구정지점 PB팀장은 “지역적 특성으로 종부세에 민감한 고객들이 많다”며 “이곳에 오래 살고 주택을 한 채 가진 분들 중에는 종부세가 부담스럽다며 집을 팔려고 하다가도 양도세를 계산해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09년 공시지가가 실거래가격의 100%까지 오르기 전에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 부담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형철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집이 한 채고 융자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분들이 종부세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토로한다”며 “집값은 올랐지만 팔 수도 없고 융자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몇천만원의 세금까지 부과돼 ‘안 내는 게 아니라 못 낸다’고 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남 PB들은 강남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고 설명한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맡겨놓은 돈 많은 고객들이 ‘예금’에서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주엽 하나은행 삼성역지점 PB부장은 “과거에는 200억원 이상 현금을 가진 고객들은 정기예금ㆍ채권 등에 넣어두고 원금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보유자산의 10~20%를 해외 간접투자펀드에 넣는 등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경희 HSBC 서초지점 FP는 “자산규모가 큰 고객일수록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지난 2~3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ㆍ인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면서 지난해부터는 국내 투자비중을 줄이고 서유럽ㆍ동유럽 등 신흥시장 쪽으로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고객들이 해외펀드 투자비중을 금융자산의 20~30%대로 높였다고 덧붙였다. 펀드 투자로 올해도 연 15%가 넘는 고수익을 올리면서 투자 리스크에 대한 PB고객들의 인식 또한 바뀌었다.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은 “펀드 수익률이 하락했다가도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다리면 수익이 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5%도 안 되는 은행예금에 돈을 1년씩 묶어두는 것보다는 펀드에 투자해 연 15%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