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 중 상당수가 은행 등 판매사와 파생상품 발행사의 입맛에 맞게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펀드 시장에서 실질적인 주도권을 갖고 있는 판매사가 운용사의 운용능력을 크게 제한하는 것으로 운용사의 운용 범위를 나타낸 현행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에도 어긋난다. 1일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 채널에서 우위에 있는 판매사들이 ‘앞으로 이런 상품을 팔고 싶으니 이렇게 상품을 만들어 오라’고 하는 일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며 “이미 발행사까지 다 정해놓고 운용사를 결정하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운용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전체 파생상품펀드의 70% 정도는 운용사가 먼저 제안을 하지만 나머지는 판매사의 요구대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OEM 방식이 간투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행 간투법 제2조3항엔 “투자신탁(펀드)은 ‘위탁자(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투자ㆍ운용하는 간접투자기구”라고 명시돼 있고 제87조에도 “(다른 기관의 지시가 아닌)약관이나 정관에 정하는 바에 의해서 운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파생상품은 주식과 달리 특정 시점에 특정 종목을 편입하는 게 아니라 어떤 기초자산으로 어떻게 구조를 만드느냐가 운용의 핵심인데 기초자산 선정과 구조 설계를 판매사가 하고 있어 펀드의 운용을 사실상 판매사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판매사가 판매 채널을 앞세워 간섭하는 것도 문제지만 파생상품 관련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장외파생상품의 가격을 매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운용사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실제 장외파생상품을 판매하는 모 운용사는 장외파생상품 담당자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데다 판매사의 주문에 의해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운용ㆍ판매 수수료도 판매사가 크게 유리한 구조로 형성된 경우도 있었다. 한 운용사가 내놓은 닛케이225지수와 연관된 파생상품펀드는 전체 수수료(1.195%)의 83%가 넘는 1%가 판매사 몫이었다. 운용사 보수는 전체 보수의 9%인 0.11%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파생상품의 평균 판매보수 비율(1.14%)이 평균 총보수(1.51%)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5%로 가장 높게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보수 비율이 높다는 것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그 만큼 운용사의 역할이 작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