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사고가 발생해 군의 관심병사 관리 실태가 또다시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그동안 군의 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보여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함종식 부장판사)는 군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사망 당시 21세)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총 8,1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징병검사 당시 병무청에서 한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정신과적 문제가 의심됨. 군 생활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사고 위험이 있음’이란 취지로 정밀진단(위험) 판정을 받았으며, 2013년 11월 입대 당일 검사에서도 ‘군 복무 중 사고로 인한 조기전역이 예측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입대 당시 자필로 작성한 성장기에는 중학교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를까 하는 걱정이 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신병교육대에서 두 번째 자살을 시도한 날 개인화기 사격훈련 시간에 훈육조교 등에게 ‘훈련시 총구를 돌려 다른 훈련병을 해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에 계속 있으면 타인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서 새벽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신병교육대 지휘관들은 그를 사격 및 수류탄 훈련에서 빼고 의무대에서 군의관 면담 후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먹게 했으며 자대배치를 받을 때까지 밀착 조교를 배정해 함께 생활하게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 A씨는 육군 포병부대에 배치됐고, 부대 간부들은 개인신상 확인이나 전입 면담을 하지 않고 그를 다른 신병들과 똑같이 관리등급 C로 분류했다. 이후 3일이 지나서야 A씨의 전력을 알게 돼 처음 면담을 한 뒤 관리등급을 A로 높이고 선임병사를 멘토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부대에 배치된 지 12일 만에 연병장에 있는 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재판부는 “부대 지휘관들은 복무적합성 검사에서 부적응 판정을 받은 망인을 집중 관리하면서 적절한 면담, 의사 진단 등을 받게 해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여부를 면밀히 살폈어야 함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자살을 선택한 책임을 지적해 국가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