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명곤 前장관 연출 컴백

연극 '밀키웨이' 두레홀서 공연

베트남전에 참전한 뒤 실종됐던 청년이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 금의환향은 아니더라도 위로는 받을 줄 알았다. 마을 이장은 어렵게 말을 꺼낸다. "넌 이미 죽은 걸로 신고됐어. 네 소유의 논과 밭은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이 나눠 가졌다. 물론 네 추모 동상도 세웠으니께... 여길 떠나줬으면 좋겠는디." 연극 '밀키웨이'는 어디에도 발 붙일 데가 없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다.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쳤지만 한 순간에 보금자리마저 잃어버린 시대의 희생양과 그들의 존재 문제를 건드린다. 시대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한 주인공은 순수하고 꿋꿋하다. 사회와 구조에 대한 증오와 원망은 찾아 볼 수 없다. 애틋하지만 서글프지 않고, 따스한 웃음이 느껴지되 감정의 과잉은 없다. 점점 과격해지는 증오 범죄와 분풀이로 골머리를 앓는 현대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작품의 연출로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은 "좌절과 상실감에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움과 순수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은 독일 희곡작가 칼 비트링거의 1955년작 '은하수를 아시나요(Kennen Sie die Milchstrasse)'. 줄거리와 구조는 유지하되 인물 성격과 배경은 한국 상황에 맞춰 바꿨다. 김명곤 연출은 "대학생 때 즐겨 읽었던 '세계전후문제 희곡ㆍ시나리오집 시리즈'의 1편이 이 작품이어서 늘 품고 다녔다"며 "세계 2차대전 직후 독일과 베트남 전쟁 이후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유사한 면이 있어서 각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13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2인극으로 진행된다. 청년 역할은 배우 정의갑과 이동규가 번갈아 맡고 정신병원의사, 마을 이장 등 멀티맨 역할은 류태호와 정은표가 담당한다. 내년 1월 4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2관에서. (02)741-5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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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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