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우물 안 개구리' 조선의 모습 적나라하게 드러

■못난 조선(문소영 지음, 전략과문화 펴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3년 전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의 위치"라고 말했다. 이른바 '샌드위치론'이다. 그러나 한반도가 샌드위치 신세였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19세기 조선은 중국(명ㆍ청)과 일본(에도 막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처지였다. 야만적인 오랑캐에 불과하다고 무시했던 일본은 18세기부터 세계의 주도 세력권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조선은 여전히 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100년 전 일본은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신흥 강대국으로 발돋움했고 조선은 일제 강점기의 굴욕을 당해야 했다. 언론인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조선사를 파고든 저자는 역사의 추를 몇 세기 전으로 되돌려 우리가 의식적으로 외면했거나 감추고 싶어 했던 '못난 조선'의 흔적들 속에서 '힘세고 정의로운 잘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단서들을 찾아 나선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고 적극 교류했던 일본은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를 꽃피우고 근대화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 18세기 중엽 유럽 왕실에서는 일본의 화려한 채색 도자기와 함께 일본의 칠기 목가구가 유행하기도 했다. 영어로 재팬(Japan)은 일본을 뜻하지만 '칠기' 혹은 '옻칠'이라는 보통명사이기도 하다. 반면 이 시기 조선은 중국ㆍ일본과 소통하고 있었을 뿐 19세기까지 유럽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나라'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조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세종이나 영조, 정조 시절 잘난 부문만 유난히 강조하면서 못났던 역사를 덮어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못난 부분은 드러내고 왜 이렇게 못나게 됐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불행한 역사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 내부에서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깨달아야 불행했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삼 강조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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