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실업률 개선·기업 실적 좋아졌지만… 물가·고용이 최대 복병

[버냉키 "2년간 제로금지 유지"] ■ 향후 美경제는 <BR>IT업계 잇단 감원, 제조업 활기도 떨어져… 고용시장 먹구름 여전 <BR>인플레에 소비 둔화속 7월 CPI 지표 등 관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상황에 대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약하다"고 평가한 데 대해 경제 및 시장 전문가들은 FRB가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기지표인 실업률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조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기다 미 금융기관들이 과거 리먼사태와 달리 부실채권의 부담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FRB가 미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고용시장 개선 및 물가관리 정책에 따라 미국 경기의 향배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고용통계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9.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가 개선됐다. 또한 신규 일자리 숫자는 11만7,000개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고용지표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 정책 결정자들의 얼굴이 펴지지는 않았다. 경제회복에 따라 취업자가 늘어 고용시장 분위기가 개선된 게 아니라 실업률 계산의 기본 바탕이 되는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실업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직을 포기하고 고용시장을 떠난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골드만삭스ㆍ시스코 등 미국의 대형 금융ㆍ IT업체들이 잇따라 감원을 선언했기 때문에 앞으로 일자리를 잃은 구직자들이 고용시장으로 밀려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지수가(PMI)가 2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의 활기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고용시장에는 악재다. 실제로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포드가 8일 발표한 7월 고용추세지수(ETI)는 오히려 전월의 100.9에서 100.6으로 떨어졌다. 콘퍼런스보드의 개드 레바논 부소장은 "최근 4개월 동안 고용추세지수가 세 차례 하락했다"며 "미국 경제는 올 상반기에 성장세가 더욱 둔화됐고 제조업은 고용증가를 창출할 만큼 강력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올해 안에 월간 신규 증가 일자리 수가 10만개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또 다른 난제는 물가다. 지난해 11월 FRB가 제2차 양적완화(QE2)에 돌입할 당시만 해도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큰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2개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6%나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FRB가 경기 판단 지표로 삼고 있는 근원인플레이션은 6월 1.6%를 기록하면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물가상승은 가계에 부담이 되면서 소비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국가 신용등급과 증시 폭락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FRB 비판론자들은 FRB의 양적완화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로 인해 상품과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운용의 로버트 팁 채권 전략 담당 수석은 "FRB의 정책은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듯하다"며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FRB는 "최근 에너지와 다른 상품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판단했지만 앞으로 FRB가 양적완화와 같은 추가 부양책을 또다시 내놓을 경우 물가가 재차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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