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일부터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는 경우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가 검은색 정지 화면 상태로 바뀌게 된다. 또 이르면 12월부터는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 TV를 볼 수 없게 된다.
한국케이블TV협회 산하의 SO협의회 비대위는 27일 2차 회의를 갖고 10월 1일부터 케이블TV전체 가입자(1,520만여 가구)에 대한 지상파 방송 광고 송출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지상파 재송신의 전면 중단을 위해 비대위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용약관 변경을 신청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 약관 변경 신청은 케이블TV 상품에서 지상파 채널번호를 삭제한 것을 내용으로 담게 되며, 방송법 상 유료방송사의 의무사항이다.
이같은 비대위 결정으로 우리나라 전체 방송시청가구(1,872만 4,000만)의 81%에 이르는 케이블TV가입 가구가 지상파 TV를 시청하는 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재전송 중단 대상 채널은 KBS2ㆍMBCㆍSBS 등 3개 채널로 실무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광고 재전송을 중단해 나갈 계획이다. 광고가 중단되면 신호가 중단된 상태로 나타나며 자막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지는 않는다.
성기현 사무총장은 “방통위에 약관을 신청한 후 승인이 날 때까지 광고를 중단할 것”이라며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실시할 것이고 이후 방통위 승인이 날 경우 채널 중단까지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O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와 케이블은 그간 각자의 위치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공존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그러나 지상파가 어느 날 갑자기 케이블에서 받은 수혜(재송신을 통한 시청권 확보)는 함구하고 콘텐츠 사용료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익적 사용을 명분으로 전파 사용료를 내지 않는 지상파는 광고로 수익을 올리고, 또 전송료로 돈을 벌려 하는데 이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다”며 “싱가포르의 경우 재송신 의무 규정뿐 아니라 지상파 또한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조항(머스트 오퍼:must offer)을 둬 지상파의 횡포를 견제한다”고 덧붙였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은 그간 시청료 인상을 제한받는 등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왔다”면서 “케이블의 이 같은 역할에 대해 적절한 대우나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의 입장도 완강하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 업계가 애초 소송을 통해 각자의 권한을 명확히 한 뒤에 협상에 임하자는 제안에 동의해서 이번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28일 지상파들의 모임인 방송협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계자들을 불러 중재를 할 예정이지만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