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음주문화, 이젠 바꾸자

얼마 전 한나라당 지도부와 모 언론사간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이라는 말로 머리 숙여 국민 앞에 사과했고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최연희 의원을 한나라당이 직접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면서까지 사태 수습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터지는 정치권의 술자리 소동 때문에 국민 여론은 상당히 냉담한 편이다. 우리나라 음주문화는 주사(酒邪)에 관해 관대한 면이 없지 않다. 심지어는 “한국인은 모이면 술 마시고, 취하면 싸우고, 헤어진 다음날 또 다시 만나 웃으며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혹자는 한국인이 전통의 ‘정’ 문화 때문에 술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또 그 ‘정’ 때문에 술자리에서의 주사(酒邪)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줄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술자리라고 해서 함부로 행한 언행을 모두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정도(正道)가 있듯이 술자리에도 주도(酒道)가 있는 법이다. 옛말에 “술은 꼭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 “술은 대인(大人)이 마시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만큼 술을 조심해서 마셔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술은 아름다운 우정을 위한 것”이라는 임어당의 말처럼 술자리를 잘만 이용하면 인간관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술이 너무 과하면 인간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사발식, 폭탄주 돌리기, 파도타기, 술자리 차수 옮기기 등의 끝을 보자는 식의 무절제한 음주는 여기자 성추행 사건과 같은 볼썽사나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한 번에 너무 무리하게 마시는 경향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우리나라가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이 독주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에는 폭탄주ㆍ사발주로 대표되는 기형적 음주문화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음주문화도 하나의 국민적 소양을 재는 척도이다. 이번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형적 음주문화의 문제점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곧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지도층에서부터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앞장서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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