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투기업 우대, 시대에 맞게 손볼 때 됐다

정부가 기업 투자확대의 걸림돌이 돼온 손톱 밑 가시 제거에 한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SK그룹ㆍS-OIL의 대규모 투자에 걸림돌이 돼온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관련규제를 완화하고 공장부지난을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수혜자는 외국인투자와 관련이 있다. SK종합화학의 합작 파트너는 일본 기업이고 S-OIL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자회사다. 정부가 외국인투자기업에 규제완화ㆍ애로해소 혜택을 우선 적용한다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토종기업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


정부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보유하는 증손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되 수혜자를 국내법인과 외국인 합작법인의 공동출자 회사로 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SK㈜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일본 JX에너지와 50대50 합작법인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내 기업끼리 합작하는 경우 등에는 규제완화 혜택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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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산공장 인근 한국석유공사의 원유비축기지 부지에 180만㎡(약 60만평) 규모의 정유ㆍ석유화학 제품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된 S-OIL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토종기업들도 공공기관이 보유한 산업단지 내 부지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각종 법령을 통해 토종기업을 역차별해왔다. 조세ㆍ현금ㆍ입지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누려온 외투기업이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기술수준이 크게 향상돼 외국 기업의 국내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가 크게 낮아졌다. 기술유출을 꺼려 기술이전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국 기업과 경쟁관계에 놓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외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외국인 투자지분 10% 이상'이라는 형식적 요건보다는 기술이전 등 한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고려해 보다 까다롭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토종 대기업은 막고 글로벌 외국기업에는 문호를 열어주는 중소기업적합업종과 정부조달시장의 역차별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 토종기업이 역차별을 받지 않고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투자와 일자리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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