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석사' 직장인 많아 학업은 뒷전…학위만 딴다면야…일부 야간대학원생들 중간고사도 안치르고 "리포트로 대체해달라" 허술한 학사관리도 문제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알맹이는 없고 무늬만 석사인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야간대학원 수업을 처음 맡은 서울 S대학의 K강사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공들여 준비한 중간고사 시험에 출석한 학생 수가 절반을 넘지 않은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직장일이 너무 바쁘다”며 “리포트로 대체해달라”고 당당하게 전화로 요구하기도 했다. K강사는 “아무리 바쁘다 해도 수업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 같다”며 언짢아했다. 지난해 야간대학원 수업 성적을 매기던 K대학의 B교수는 쉴 새 없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수업에 며칠 참석하지도 않은 일부 학생들이 “제발 한번만 학점을 달라”며 무작정 떼를 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제가 모모 대기업에 다니는데’ ‘제가 모모 언론사 기자인데’ 식으로 은근한 압력까지 넣어 B교수의 기분을 더 상하게 했다. 직장인과 학생을 병행하는 샐러던트(샐러리맨(salarilyman)과 스튜던트(student)의 합성어)들이 늘고 있지만 일부 샐러던트들이 학위만 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도 않는 경우가 빈번해 눈총을 받고 있다. 서울 모 대학의 야간대학원 수업을 받는 김모(36)씨는 “직장에서 석사학위가 있으면 승진에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는 제대로 공부하려 했지만 지금은 등록금은 냈으니 학위라도 따고 보자는 생각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야간대학원에서 이처럼 ‘흉내내기’ 식의 석사학위 이수가 늘어나는 것은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체계적인 학사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탓이 크다. 학점을 주는 과정에서 학내 자체적인 규약에 따르기보다는 담당 교수 재량으로 학점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대학에서 야간대학원 수업을 관리하는 한 조교는 “직장인들의 경우 수업태도나 출석보다 교수와의 친분이 학점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석사학위 직장인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학계와 재계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영건(60)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일부 학교가 경영의 어려움 때문에 야간대학원에서 냉정한 학사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엄격한 학사관리가 결국 대학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만큼 직장인들이라 해서 예외를 두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이제는 기업들도 학위보다는 사내 연수 프로그램이나 자체 승진 시험을 통해 인사를 결정짓는 추세”라며 “전문지식에 대한 검증도 없이 단순히 석사학위자라 해서 인사 혜택을 줄 생각은 없다”고 꼬집었다. 입력시간 : 2006/05/08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