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영국은 영수회담 매주하는데…

"영국 의회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총리와 야당 대표가 만나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17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4개월 만에 조찬 정례회동을 가진 날에 우윤근 국회 법사위원장은 식사 내내 기자에게 최근 영국 외무성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국회와 법원ㆍ검찰 등을 탐방하고 느낀 점을 쏟아 냈다. 그는 "휴가철 등을 제외하고는 총리와 야당 대표가 매주 만날 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이 다 앉지도 못할 정도로 좁고 책상도 없는 본회의장에 마주 앉아 국정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고 정말 부러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의회를 존중하고 의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정에 관해 공방을 주고 받지만 진지하게 협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들어 개헌을 주장해 온 우 위원장은 "내년 6월 구성되는 19대 국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개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개인적 소회도 덧붙였다. 우 위원장의 얘기를 듣자니 우리 정치권의 척박한 현실이 자연스레 오버랩 돼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정치발전이 많이 이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직도 "여의도 정치는 잘 모른다"고 스스로 정치인임을 부정하는 대통령, 매년 연말이면 되풀이되는 여당의 예산안과 주요법안 단독 강행처리, 선명성만을 내세워 때로는 합리성을 망각하는 야당, 그러면서 제 잇속을 차리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는 정치권과 그에 따른 정치불신 심화로 정치의 순기능 저하… 이게 우리의 자화상 아닌가. 더욱이 지난 2008년 8월을 끝으로 2년8개월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영수회담을 생각하면 대결지향적인 우리 정치의 단면을 보는듯해 서글픔마저 든다. 그나마 올해 초 심각한 당청 갈등을 뒤로 하고 이날 이뤄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조찬회동에 관한 200자 원고지 20장 가까운 대화록을 보면서 "정치가 죽지는 않았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하지만 우리는 언제쯤이나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 또는 여야 대표 나아가 여야 의원들간에 국정에 관해 터놓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는 문화가 정착될지 안타깝다. 이를 위해선 대통령도 국회를 자주 찾고 국회도 국정 용광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개편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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