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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상담은 100통 넘어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
중진공 직원들 밀려오는 업무에 휴일도 비상근무
이미 1,181개사 3,151억원 신청…예산 뛰어넘어 “전직원들이 연말 성과급과 보너스를 자진 반납할 정도로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제발 이번 고비만 넘길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세요.”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의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지역본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당장 필요한 급전을 구하느라 몰려든 중소기업 관계자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05㎡ 크기의 상담실에서는 중진공 직원들이 자금 지원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회사 현황을 귀기울여 듣고 있었으며 상담실 밖에서는 업체 관계자 5~6명이 차례를 기다리며 초조한 눈빛으로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찾아 왔다는 자동차 부품업체 N사의 김모 대표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을 결정하면서 공장가동률이 60%가량 줄어든데다 어음 만기까지 줄줄이 닥쳐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IMF시절에도 중진공에서 운전자금 2억원을 지원받아 위기를 무사히 넘긴 적이 있어 마지막 희망을 걸고 다시 한번 중진공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중진공은 중소기업의 긴급 경영지원을 위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지난 17일부터 전국 22개 지역본부 및 지부를 통해 내년도 정책자금 4조3,000억원에 대해 접수를 받고 있다. 경기본부의 경우 이미 1,181개사가 3,151억원의 자금을 신청해 예산을 훨씬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기업들의 자금 신청이 폭주하면서 지역본부 직원들의 업무량도 예년에 비해 3배 가량 늘었다. 경기지역본부 최덕영 팀장은 “하루에 방문상담 업체가 50~60곳에 달하고 전화상담은 100통이 넘는다”며 “지난달부터 비상지원체제로 돌입해 전 직원들이 매일 야근에 토ㆍ일요일에도 상담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업무량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사정이 워낙 안좋다 보니 한푼이라도 더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 읍소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화상담에 나선 직원들은 “자금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경우 농약을 먹겠다”고 협박하는 중소업체 사장부터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으니 제발 좀 도와달라”고 애걸하는 사장까지 일일이 상대하느라 곤욕을 치르다 보면 점심시간을 훌쩍 뛰어넘기 일쑤다. 경기본부의 서영목 대리는 “연일 야근을 하느라 아버님 회갑잔치에도 참석하지 못해 불효자 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7개월 된 딸아이가 폐렴에 걸려 2주째 병원에 입원해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군포시 당정동에 위치한 휴대폰 키패드 제조업체인 M사에서는 자금 지원결정을 위한 실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공장을 찾은 중진공 김중남 부장은 대표를 만나 “올해 영업이익과 부채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제조 공정은 어떻게 되죠? 자금을 지원받으면 내년도 매출은 어느 정도 늘어나냐?”고 송곳 같은 질문을 퍼부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차 협력업체인 M사는 최근 대기업들의 감산 여파로 공장가동률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지난달 매출도 반토막났다고 한다. 이 회사는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으로 이미 중진공에 7억원의 자금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태성 부장은 “전직원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23명이 하루에 20~25곳 정도 업체 실사를 나간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실사 업무를 진행하고 회사에 들어와서 보고서를 작성하면 밤 10시 정도에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된 업무의 연속이지만 보람도 적지않다. 경기지역본부 홍용술 본부장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 부도 위기를 맞은 차량용 와이퍼생산업체에 운용자금 2억5,000만원을 지원해준 적이 있었는데 최근 ‘무역의 날’에 수출 5,000만불탑을 받았다며 연락을 해왔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경기 불황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7일부터 24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700개사가 모두 1조1,361억원의 내년도 정책자금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