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물가보다 성장 초점 중앙은행 역할론 커져

■ 글로벌 금리인하 시작<br>각국 정부는 재정 위기로 실탄 부족<br>호주 이어 영국·ECB·미국 등도 대규모 유동성 공급 나설 듯


주요국들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경기의 동반침체 우려가 깊어지며 중앙은행 역할론에 대한 시장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보다 성장이 '발등의 불'이 됐다는 뜻이다.

더구나 각국 정부는 재정적자 문제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실탄'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마침 유가하락ㆍ경기둔화 등의 여파로 물가도 안정세를 보일 조짐을 나타내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이라는 '큰 칼'을 휘두를 여지가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번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조치는 그동안 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 중심에서 호주ㆍ영국 등 선진국도 가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호주가 5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둔화에 맞서 선진국도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이코노미스트들을 인용해 영국중앙은행(BOE)이 7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500억파운드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내놓거나 현재 0.5%로 역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1ㆍ4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0.3% 감소해 당초 전망치를 밑도는 등 실물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위축되는 반면 영국의 4월 물가상승률이 3%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압력이 완화되고 있어 BOE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여지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일 현 기준금리(1.0%)를 동결한 뒤 이르면 다음달에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6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ECB의 기준금리 인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다음달이나 이후에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WSJ는 "유럽이 오는 17일 그리스 2차 총선과 28일 유럽정상회의 등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결과를 지켜본 후 정책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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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확산되면서 기준금리 인하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2.4%를 기록해 전달보다 하락하는 등 물가압력이 낮아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 상황이다. ECB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1%로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힌트를 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6월 말로 끝나는 장단기 채권교환 프로그램인 오퍼레이션트위스트를 연장하고 모기지를 추가 매입하는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중앙은행도 6~7일 현 기준금리(0.5%)를 동결하겠지만 다음달에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거나 최소한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등 신흥국 역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디아타임스에 따르면 수비르 고칸 인도중앙은행(RBI) 부총재는 최근 경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성장률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어 18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중국도 올해 안에 추가 지급준비율 인하에 이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경우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 같은 4조위안대의 대규모 경기부양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텔레그래프는 4일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자료를 인용해 주요7개국(G7)과 신흥경제국의 통화량 증가율이 지난해 11월 5.1%에서 올해 4월에는 1.6%로 크게 줄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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