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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은행과 증권·보험 같은 업권별 칸막이를 없앤 '유니버설뱅킹'의 허용 검토를 포함해 숨어 있는 금융규제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상반기 중 개선안을 만들어 일괄적으로 불합리한 규제의 10%를 폐지하거나 완화할 예정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3일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사 회장 및 업권별 협회장들과 '경제혁신3개년계획 실천 방안 및 금융규제 개혁 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융규제를 전면 점검하겠다"며 "영업 관련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건전성,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등을 위한 규제는 강화하되 전체적으로 규제 준수 비용을 낮추도록 합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버설뱅킹 검토…공인인증서 체계 다변화도=당국은 △유니버설뱅킹 허용 △규제 해설서 추가 △온라인 거래시 인증 체계 다변화 △저축은행 프리워크아웃 대상 확대 △창업자·정책자금 지원 방법 개편 등을 규제 개선 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1일 관련 협회와 유관기관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들로 추후 개선을 검토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새로운 업무 개발시 은행과 증권이 겹치는 분야를 전향적으로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기로 했다. 유니버설뱅킹 허용이나 권역 간 칸막이 제거 같은 큰 그림 아래에서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사용이 강제되고 있는 공인인증서도 다양화를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금융거래나 온라인상 거래시 개인인증 방식으로 공인인증서를 쓰고 있다. 공인인증서 사용 강요는 간편결제를 어렵게 하고 국제 온라인상거래 활성화를 저해하므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만 프리워크아웃을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의 경우 법인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보증사고를 일으켜 보증을 받을 수 없는 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보증기관 내규를 통해 보증사고 경력이 있으면 아예 보증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기술평가모형을 만들어 예비창업자가 보증평가시 최하등급을 받는 구조도 바꾸고 정책자금 지원시 매출액이나 재무비율만 따지는 관례도 고치기로 했다.
벤처기업이 전환사채를 발생할 때 부채비율이 급상승해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못 받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만들어진 지 오래된 모범규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기 위해 해설서를 발간해 규제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포지티브 규제 네거티브로 전환…숨은 규제도 철폐=구체적인 규제 철폐 사례 외에도 당국은 법령상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금융사 영업과 관련된 직·간접적인 규제목록을 만들고 업무영역과 신상품 개발, 자산운용 등에서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형식으로 전환한다. 덩어리 규제는 일괄 정비할 계획이다.
금융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현장지도와 금융공기업 내규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금융위 규제만 876개이며 행정지도와 협회·금융공기업 내부규정 같은 비명시적 규제는 756개에 이른다.
금융위는 영업규제나 상품 개발 분야의 포지티브 규제를 없애고 낡은 규제는 개선하는 한편 과도한 자료나 문서 등을 요구하는 관행도 손보기로 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금융사에 대한 지침과 전화지도 같은 숨은 규제는 적극 고쳐나가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이나 정책금융공사·산업은행·금융결제원 같은 공공기관의 규제도 따져볼 방침이다.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각종 규제와 불편사항을 원점에서 검토해 일괄적으로 10%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달 중 규제목록을 만들고 기관별로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오는 6월에는 종합 개선 방안이 발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원 분석과 이용자 대상 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히 금감원 '검사보고서'를 분석해 지적·유의·개선사항 등을 유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잇단 사고로 인한 금융권의 신뢰 하락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계속된 금융사고로 금융권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에 부닥쳤고 금융에 대한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며 "여전히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 현실이 매우 답답하다"고 업계 수장들을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