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 현안 해법] <4> 금융 경쟁력 키우려면

■ 경제 연구원장에게 듣는다

몇 년 전 싱가포르ㆍ네덜란드ㆍ스위스 등 금융소강국(金融小强國)을 방문하여 금융산업의 발전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DBS를 방문했는데 선진 투자은행에 근무하던 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고 싱가포르 원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나서 그 성과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접했다. 네덜란드에서는 ING와 ABN암로가 5%가 넘는 상호지분을 보유해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갖고 국제시장에서 상호 경쟁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고, 스위스에서는 은행간 인수합병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며 정작 합병 후 어떻게 관리 운영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논의를 했다. 외형보다 운영구조가 더 중요 이들 국가의 정책당국자와 금융계 인사들을 면담하면서 느낀 것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금융산업의 외형적인 측면보다는 지배구조, 즉 권한이 표출되고 행사되는 운영 측면에 의거해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국내 금융산업은 아직 이들 국가와 비교했을 때 경제 규모 대비 작고 시장의 심도 또한 낮아서 쉽게 한쪽으로 쏠리고 약간의 충격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근래에는 IT 버블 붕괴, 신용카드 대란, 신용불량자 사태, 중소기업 금융의 부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주택담보대출의 지나친 확대 등과 같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금융시장의 내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 취약한 금융 부문이 일부 있지만 금융산업 전체로 보면 과거 몇 년 전과 비교해 건전성과 수익성이 선진 금융회사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폭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금융 부문의 향후 장래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면서 외국자본의 진출이 급속히 늘어났고 기업들도 금융산업으로의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국자본의 빠른 국내 진출은 금융주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고 국내 제도의 미비점과 감독의 미숙함을 틈타 일부 외국인의 ‘먹튀현상’들이 나타나자 반외자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대항마로 사모펀드 등 국내 금융자본을 육성해보자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으나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확대하자는 논의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경우 대출심사업무가 본업인 은행을 그 심사대상이 되는 기업이 소유한다는 것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이러한 문제를 경험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논의는 ‘국내 금융회사에 꼭 주인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금융회사의 특성상 정부ㆍ산업자본ㆍ외국인 등이 단독으로 대주주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외국의 경우도 분산 소유돼 있는 것이 일반적인 소유구조 모습이다. 금융회사에 주인을 찾아주기보다는 누가 소유하던 간에 지배 통할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소유가 분산돼 있는 경우 주주라는 주인을 위해 전문경영인이 대리인으로서 주인의 이해와 합치하도록 금융회사를 경영하도록 통할되면 되는 것이다. 금융산업 내 각 회사마다 하나의 대주주가 나타나기에는 산업규모가 커졌고 업무의 내용도 방대해진 상황이다. 투명성 높이고 소유 분산화를 이제는 다양한 성격의 국내외 투자가들이 금융회사에 분산투자해 전문경영인에 의해 회사를 운영하도록 하고 적정한 투자이익을 얻으면 된다. 누가 소유하는가라는 구태의연한 논의를 떠나 대리인 문제를 최대한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데 금융 부문에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감시를 강화하는 노력과 동시에 정보 투명성을 제고하고, 금융시장 내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외국인의 국내 시장 접근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주주 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 즉 경제 내 시장이라는 바퀴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기름을 치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 금융 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금융허브 및 한미 FTA 추진, 자본시장관련법의 통합 등도 금융산업 내 권력이 표출되고 집행되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노력과 병행될 때 소기의 성과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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