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정몽구 회장은 현관 밖으로 나와 궈수칭(郭樹淸) 중국 산둥(山東)성장을 맞이했다. 정 회장의 옆에는 설영흥(70·사진 왼쪽) 현대·기아차 고문이 있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해 멀리서도 눈에 띠는 설 고문은 정 회장 옆을 지키며 통역 겸 안내역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설 고문은 지난해 4월 현대·기아차 중국 총괄 부회장에서 돌연 물러난 뒤 같은 해 11월 비상근 고문으로 복귀한 인물. 물러날 때도 세대교체설, 공장 증설 작업 지연에 따른 문책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고, 복귀 배경도 미스터리에 가려진 깜짝 컴백이었다. 설 부회장의 이날 수행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 것은 최근 이뤄진 인사와 흐름이 연결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최고경영진 3인을 모두 바꾸면서 노재만(66·오른쪽) 전 베이징현대차 총경리를 고문으로 복귀시켰다.
두 사람의 비중 확대는 자연스럽게 '올드 보이' 중국통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중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 올 7월 판매량은 지난해 7월보다 30% 이상 줄었는데 이는 올 3월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 회장으로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사업을 몸으로 일군 백전 노장들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설 부회장은 대만계 화교 출신으로 정 회장과 소년 시절 처음 만난 60년 지기이자, 현대차의 중국 내 '??시(關係)'를 직접 구축한 인물이다. 아직도 화려한 중국 인맥을 자랑한다. 노 고문 역시 2002년부터 베이징현대차에서 근무하며 총경리까지 올라 현대차의 중국 내 위상을 정립하는 데 공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