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反 FTA 원정시위를 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첫 본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민주노총ㆍ전농 등이 주축을 이룬 40여명의 반(反)FTA 원정시위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앞서 담화문을 내고 이들의 원정시위를 제지했다. 지난해 12월 홍콩 사태와 같은 불법ㆍ폭력시위를 우려한 탓이었지만 정부가 앞장서 자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 하지만 시위가 일상화된 국제정치의 중심지 워싱턴의 경찰은 원정시위대를 태연히 맞고 있다. 원정시위대야 원치 않는 일이겠지만 그들은 무역협정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 미국인에게 한미 FTA를 홍보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북치고 장구치고 촛불까지 든 시위대를 보며 상당수 미국인이 한미 FTA의 존재를 알아가고 있다. 한미 FTA가 빠르게 한국 내 사회적 이슈로 자리매김한 데는 이들을 비롯한 반대세력이 상당 부분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같은 홍보효과는 정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이다. 워싱턴에서 만난 한인단체의 한 회장은 “시위대의 주장에 반대한다”면서도 “시위대의 존재가 미국에는 작은 나라인 한국을 협상에서 쉽게 여기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폭력ㆍ과격시위만 아니라면 신념대로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돌아갔으면 한다”며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협상단의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반대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협상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원정시위대가 집회과정에서 보여준 독선적 구호와 태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들 역시 대한민국의 국익을 생각하며 이역만리 남의 땅까지 와 고생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피를 나눈 협상단을 ‘매국노’ ‘변절자’로 낙인 찍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무원이 대부분인 우리 협상단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도 시위대를 향해 말 한마디 시원하게 할 수 없다. 시위대가 대화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정시위대의 좀더 부드럽고 성숙한 자세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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