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나에게 금방 다가올 일이 아니기에 결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철학자 세네카의 말처럼 우리는 죽음에 대해 사실 끔찍하고 두렵게 여기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1일 서울시교육청 동대문 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삶과 철학, 물음으로 만나다’ 두 번째 강의 ‘살만한 가치가 없는 삶이 있을까?-죽음의 문제’에서 하주영(사진) 박사가 고대철학자 세네카의 죽음을 묘사한 그림을 펼쳐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세네카의 죽음’은 음모에 휘말려 자살을 명령받은 철학자 세네카가 가족들과 동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죽음에 임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가족은 울부짖고 친구들은 동요하고 있지만 세네카는 차분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지요. 자 그렇다면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강의는 ‘죽음’이란 명강의로 유명한 샐리 케이건 교수로 주제를 옮겨 죽음을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면 거울 앞에 서서 ‘내가 지금 죽는다. 지금 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해서 여러번 자문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에 대한 물음이기도 한 것이지요.”
강의는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셸리 케이건 교수의 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자살과 철학적 정당화의 문제를 피터싱어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죽음은 사실 그 자체로는 낯선 것도 아니고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또 원한다고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헛된 명성이나 다른 사람의 인정 등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의미에 행동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하 박사는 죽음이 왜 사람들에게 고통이나 공포로 남아있는지 그리고 자살이 윤리적으로 철학적으로 정당화 할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삶과 철학, 물음으로 만나다’ 강좌는 ‘사랑은 왜 쉽게 변할까’ ;왜 동물의 고통이 문제일까‘ ’살아간다는 것은‘ 등을 주제로 11월11일까지 5차례 열린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