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민생개혁 세력 결집 신당 창당 앞장" <br>김근태·정동영, 중도세력 통합에 나설듯<br>한나라 "정개개편 반대…정책대결로 승부를"
|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세력과 인사들을 결집해 신당창당에 앞장 서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신상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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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선거의 판도를 뒤흔들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특히 범여권에선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 등과 더불어 중도세력을 결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좀더 진보적인 성향으로 평가되는 친 노무현 대통령 계열(친노계열)의 포함여부가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인위적 정계개편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있다.
◇범여권 짝짓기는 ‘범중도세력 + 알파’가 유력=29일 정치권에선 사실상 다음달부터 개막되는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범여권의 주요 정치인들이 각자의 정계개편 구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포문을 연 것은 친노계열로 평가되는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 천 의원은 2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개혁세력 대결집’이라는 합종연횡 구상을 내놓으며 신당창당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노그룹의 슬로건인 ‘진보적 실용주의론’과 일맥상통하는 천 의원의 이날 발언은 친노그룹이 ‘범여권 짝짓기’ 시나리오를 실천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친노계열의 구상대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 범여권의 정계개편의 중심세력은 ‘진보’보다는 ‘중도’세력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기 때문이다. 또 그 요체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의 통합인데 친노계열은 민주당과의 통합에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 선 것은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계열이다. 김 의장은 ‘평화번영세력 대결집론’, 정 전 의장은 ‘평화복지세력’ 및 ‘신중도’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데 이들 슬로건은 모두 극좌나 극우를 지양하는 중도세력 통합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들 계열은 각각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친노 세력을 배제한 열린우리당의 흡수합병을, 고 전 총리측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 형식만 다를 뿐 중도세력 중심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 전 총리측은 서로 손 잡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여권의 합종연횡 시나리오는 ‘범중도세력의 대통합(여당내 중도, 민주당, 고 전 총리) + 알파(친노계열)’로 압축될 수 있다.
◇한나라당, 정계개편에 반대 목소리=한나라당은 정계개편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의 우위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9일 유럽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위적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범여권의 합종연행을 견제했다. 이 전 시장은 정치권이 정계개편보다는 정책 대결로 승부해야 한다는 요지를 설명하면서 대선레이스의 구도를 정책이슈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잠룡들 수면위로=이 가운데 정치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유력 인사들도 속속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여당에선 영남 출신의 김혁규 전 최고위원이 부산ㆍ경남지역 인사들로부터 적극적인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도 연말 당 복귀가 점쳐지고 있어 당내 역학구도의 새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도 숨은 카드로 꼽히고 있어 판도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