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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4월 15일] 원화 '나홀로 강세' 대비하자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들어 국내외 외환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달러화 약세, 엔화 약세, 원화 강세이다. 지난 3월 초까지만 해도 정반대 양상이었다.
최근의 흐름은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면서 생겼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 통화인 엔화의 나홀로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월 말 달러당 88엔대에서 움직이던 엔화는 최근 100엔 위로 올라섰다. 일본 경제가 좋지 않아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올 2월 8,171억엔, 3월 8,746억엔에 이른다.
경쟁통화 엔화 약세 두드러져
반면 원화는 대폭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당 1,600원에 육박하던 원화가 이제는 1,2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3월 위기설이 기우로 판명난데다 민관의 장기 외화자금 조달 성공, 무역수지 흑자 확대 등 호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화와 엔화의 탈동조화가 나타나면서 원ㆍ엔 환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글로벌 금융불안의 불씨가 완전히 제거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달러화 및 엔화 약세, 원화 강세 현상이 본격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 금융불안의 최악 국면이 지나면서 외환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불가피해 보인다. 과거 사례도 이를 방증한다. 미국발 세계금융 불안인 1980년대 말 미국 저축대부조합 도산, 2001년 정보기술(IT)버블 붕괴 당시에도 달러화가 일시 강세를 보인 후 약세로 반전됐다. 더구나 중국ㆍ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새로운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화 약세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새로운 외환시장 흐름은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동안 환율이 너무 올라 겪었던 대규모 환차손, 외채 상환부담, 수입물가 급등, 달러화 확보난 등 경제적 어려움과 혼란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진다는 위기설도 수그러들 것이다.
하지만 원화 강세, 더 정확하게는 원화의 나홀로 강세 흐름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은 고환율 덕을 톡톡히 봤다. 세계경제의 침체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모든 나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원화의 나홀로 약세로 우리가 겪는 고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올 들어 2월까지 일본의 수출(달러화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38.4%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26.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과의 대표적 경합 시장인 미국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같은 기간 일본의 대미수출은 48.0%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23.3% 줄어드는 데 그쳤다.
따라서 원화의 나홀로 강세가 진행될 경우 우리의 수출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명약관화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세계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로 반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그럴 경우 ‘새로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은 그 속성상 실물경제보다 빨리 움직인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되면서 원화 강세가 조기에 나타나더라도 세계경제는 여전히 바닥권을 맴돌 가능성이 크다. 급격히 감소한 세계각국의 부(富)와 각국의 금융규제 강화도 세계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요즘 일본이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고환율 덕 본 수출에 타격 올것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경우 우리 경제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수출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16%지만 우리는 57%나 되기 때문이다. 원화의 나홀로 강세 흐름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제기돼왔던 한국 위기설과는 다른 새로운 어려움이다. 3월 위기설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머지않아 다가올 어려움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수출기업, 나아가 한국 경제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