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헷갈리는 세제정책

‘아니면 말고’식의 정책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연초 20년 후의 국가 장래를 생각한다면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이 화제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증세(增稅) 발언’을 꺼내면서 당위성을 알렸고 때마침 언론에서는 ‘1~2인 가구 추가공제 폐지’ 방안이 흘러나왔다. 반응은 싸늘했다. 여론은 맞벌이에 ‘세금 폭탄’이 투하됐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여당은 책임을 묻겠다는 듯 정부를 다그쳤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독신자와 맞벌이 부부에 대해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이 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뻔한 상황에서 여당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재정경제부는 결국 한 중견간부에게 자료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책인사를 하는 수모를 당했고 이 방안은 ‘없던 일’로 돼버린 듯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재경부가 지난 21일 또다시 소수 가구 추가 공제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정간 합의를 못 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내 맞벌이 부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여당 중진 인사는 반발이 거세면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재경부는 이번에도 당정간 합의 절차도 없이 방안을 불쑥 꺼낸 셈이다. 조세정책은 어떤 것보다 미세 조율이 필요하다. 모든 개개인에게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완벽한 조정이 없으면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된다. 하물며 향후 1년간의 밑그림이 담긴 세제개편안은 말할 것도 없다. 여론의 반응은 연초 이상으로 따갑다. 벌써부터 재경부의 사이트는 정책의 함정을 비웃는 원색적인 단어들로 가득하다. 이런 식이라면 여당이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고 이번에도 국회의 벽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말 일몰이 되는 55개 비과세ㆍ감면 방안을 수술한다고 한 게 엊그제인데 정치권 반발에 부딪혀 상당수 방안들이 연장되는 것을 보면 소수 공제 폐지 카드도 어떻게 흐를지 뻔하다. 때마침 권오규 부총리는 재경부의 정책 리더십을 강조했다. 기왕에 추가 공제 폐지 방안을 꺼냈으면 정치권의 반대를 넘어서는 뚝심을 한번 발휘해보기를 바란다. 대신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카드를 접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정책 카드는 정말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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