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일부러 패를 내다

제8보(86~100)


이세돌이 둔 수는 백86의 차단이었다. 어디 한번 살아 보라는 강력한 선언이었다. “쉽게 사는 길을 놓아두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어요.”(루이) 참고도1의 흑1로 두었더라면 흑대마가 간단히 산다는 것이 루이의 설명이었다. 백이 한사코 차단하면 흑5로 두는 순간 백이 도리어 잡힌다. 그러므로 백4로는 A에 젖혀 넘어가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도1의 백6으로 참고도2의 백1에 젖히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2로 하나 젖혀놓고 4로 넘는다. 백5면 흑6, 8로 촉촉수가 기다리고 있다. 최철한 같은 고수가 이 쉬운 활로를 정말로 읽지 못한 것일까. 이용복 리포터가 칭다오로부터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최철한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사는 수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이용복) “물론이지요.”(최철한) “왜 그냥 살지 않았어?”(이용복) “어차피 불리한 바둑이라서 흔들어 본 것이지요.”(최철한) “결과는 조금이라도 나았나?”(이용복) “비슷했어요.”(최철한) 백100이 놓인 시점에 와서는 아마추어도 결말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패가 나게 되었다는 사실. 최철한은 그냥 살 수 있는 대마를 그냥 살지 않고 일부러 패를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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