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제의 해외판결] 위조품 아닐 땐 정당행위 인정

해외시장에 판매한 제품 역수입 유통

‘병행수입’은 제조업체가 자국이 아닌 해외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상품을 정상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우회하여 권리자 동의 없이 수입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이를 ‘병행수입(Parallel Importation)’이라 부르고, 미국에서는 ‘회색시장(Gray Market)’이라고 부른다. 병행수입품은 국내의 합법적인 유통망에 의해 팔리는 제품보다 싼 가격으로 내놓기 때문에 이것이 허용되면 제조자의 배포 통제 능력이 잠식되고, 각 지역 전담 독점업체의 이익도 보장해 주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병행수입이 허용되는 것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98년의 퀄러디 킹(Quality King)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처음으로 병행수입의 허용 여부를 판단한 바 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원고인 란자(L'anza) 회사는 미국 내에서 헤어케어 제품을 제조ㆍ 판매하는 회사였다. 이 회사가 영국의 판매회사에 해외시장용으로 판매한 제품이 컨테이너째로 미국에 역수입되었고, 피고(Quality King) 회사가 병행수입 제품을 구입한 후 이를 미국 내에서 원고 회사보다 싼 값에 유통시키자, 원고 회사가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이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권리소진의 원칙(지적재산권을 가진 자는 위조제품이 아닌 진짜 제품처분 후의 배포과정을 통제할 수 없다)’을 전제로 피고 손을 들어줬다. 즉, 원고 회사는 이미 영국의 판매회사에 판매함으로써 권리가 소진되었고 그 후의 처분에 대하여 통제할 권리가 없으므로, 피고가 미국 내 병행수입을 하는 것을 금지시킬 수 없다고 판결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도 영국의 버버리사가 국내 병행수입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 병행수입 그 자체는 수입 대상이 위조가 아닌 이상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로서 상표권 침해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2. 9. 24. 선고 99다42322 판결).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97년 7월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이 고시는 병행수입이 독점수입권자 외 제3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진짜 상품을 수입함에 따라 당해 상품의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서 금지시키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 (Kim, Chang & Lee)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