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4월 10일] <1667> 제노바 세계경제회의


유럽의 경제부흥과 통화가치 안정. 1922년 4월10일, 이탈리아 항구도시 제노바에서 국제연맹 주관으로 열린 세계경제회의의 안건이다. 회의의 최대 과제는 1차 세계대전으로 폐지됐던 금본위제도 복귀를 위한 국제공조. 각국이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대량 발행한 지폐 때문에 치솟은 물가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자 주요 국가들은 금본위제도 복귀를 서둘렀다. 공산혁명 이후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소련을 포함해 34개 국가들이 5월19일까지 갑론을박을 벌였던 제노바 회의의 결론은 부분적인 금본위제도 복귀. 금 공급이 달리는 가운데 금융 전문가들은 화폐발행 준비자산으로 금 대신 외환이라는 방안을 짜냈다. 금본위제를 채택한 나라의 돈을 준비금으로 삼아 최소한의 금 보유량으로도 태환지폐를 마음껏 발행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 증액과 외환보유를 통한 금환본위제도라는 제노바 회의의 권고안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어느 중앙은행이 어떤 외환을 보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탓이다. 영국의 경우 각국이 파운드 대신 달러를 보유외환으로 쌓을 것으로 우려해 회의를 지연시켰다. 제노바 회의는 부수 안건이었던 공산소련과의 관계 재정립에도 실패했다. 오히려 회의기간 중 패전국인 독일이 소련을 따로 만나 최혜국 대우를 약속한 협정을 맺는 통에 국가 간 불신만 키웠다. 결국 공조에 실패한 각국은 1924년부터 독자적으로 금본위제도를 되살렸으나 1929년 발생한 대공황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 88년 전 제노바 회의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가치가 추락한 파운드화 대신 달러라는 대체통화가 있었으니까. 글로벌 위기를 겪고 있는 각국은 달러를 대신할 기축통화를 찾고 있으나 마땅치 않다. 금 값이 괜히 오르는 게 아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