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비상걸린 전략물자 관리] <3·끝> 기업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독립적 수출관리기구 만들어 사전심사·관계기관과 협력 "社內 자율 준수체제 구축부터"<br>신속한 통관·수출허가 받을 수 있어 유리<br>日은 1,000개社가 구축, 한국 7개社뿐



올해 4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를 맞는다. 미 정부에 전략물자인 자이로칩을 불법 수출하다 적발된 것. 보잉은 1,500만달러(약 15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숨을 돌렸다. 자칫 의도하지 않은 전략물자 수출로 정부계약 금지조치를 당하면 미 정부의 우주프로그램 공급자로서 지위마저 상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보잉이 100여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고용해 본사의 수출통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세계적 조류에 발맞춰 전략물자 이동중지명령권 도입 등 대외무역법을 강화하고 수출통제제도를 엄격히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략물자 자율준수체제 구축이 기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략물자 자율준수체제(CPㆍCompliance Program)는 기업이 독립적인 수출관리기구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전략물자 수출을 사전에 심사한 후 수출을 중단하거나 관계기관과 협력해 수출허가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다. 보잉의 수출통제 제도 개선 역시 자율준수체제 구축에 맞춰졌음은 물론이다. 고광석 무역협회 전무는 “기업이 전략물자 자율준수체제를 갖추면 신속한 통관과 수출허가를 받을 수 있어 유리하고 특히 예기치 않게 전략물자 수출이 적발돼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해준다”며 “기업이 전략물자를 ‘자금’처럼 관리해야 할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략물자라는 용어 및 구분마저 생소한 국내 기업 현실에서 전략물자 자율관리체제 구축 실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현재 자율관리체제를 갖추고 이를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기업은 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전기ㆍ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와 하이닉스반도체ㆍ엠코ㆍ캐논반도체 코리아 등 7개사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 80년대 잘 나가던 기업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고 유명기업인 도시바마저 전략물자 불법 수출로 홍역을 치른 일본은 이미 1,000개 이상의 기업이 자율관리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략물자관리의 중요성이 태동기 수준인 국내에서 자율준수체제 확립에 상당한 높이의 벽이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출 60조원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조차 본사와 전세계 거점 생산라인을 통합하는 전략물자 관리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잦은 내부충돌과 우여곡절,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야 했다. 자율준수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략물자관리 필요성을 고위 경영진이 인정하면서도 각종 투자 및 연구개발 사업 등에 비해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며 “전략물자를 사전에 심사할 전문인력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자율준수체제를 조직한 기업들은 투자 대비 효과는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게 확실한 보험에 가입한 기분”이라며 “거대한 짐 하나를 내려놓은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자율준수체제가 없는 대우인터내셔널 등 몇몇 기업은 최근 전략물자 수출통제 강화로 검찰의 수사까지 받으며 사내 분위기가 흉흉한 실정이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초기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자율준수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라며 “전략물자 관리소홀로 문제가 된 기업도 고의성이 없다면 자율준수체제 구축으로 선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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