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방향성과 기대효과 모호한 세제개편안

정부가 11년 만에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등 새해부터 적용될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명목임금 등이 상승했고 세수기반도 확대돼 소신껏 만들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수공제자 추가 공제 폐지 등 증세에 급급했던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1조6,000억원이나 세수가 감소하도록 개편안을 짠 것은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득표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불법 증여를 막는다면서 지난 2003년 배우자 간 증여시 공제한도를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가 이번에 다시 6억원으로 늘린 점이나 아직도 세원포착률이 낮은 자영업자에 대해 근로자와 유사한 소득공제를 받는 ‘성실 자영업자’ 제도를 도입한 것 등은 모두 선심성 선택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세제개편에서 정부는 가업승계자의 상속세를 경감하고 국내 비거주 연예인에게 세금을 물리는 등 개선 요구가 많았던 부분을 수용한 흔적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정부 지출은 매년 늘어나는데 계속 세금을 깎아준다면 적자재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번 세제개편이 마치 서민층에게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빈곤층 체납자의 소액 금융재산 압류를 금지해 약간의 숨통을 터준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 최저세율 적용 과표를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높이는 데 그쳤고 연간급여가 높아질수록 경감액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밖에 공익법인의 동일기업 주식 출연 및 취득제한을 20%로 확대하고 계열기업 주식보유 한도를 총 자산가액의 50%로 높인 것도 재벌의 편법상속과 관련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은 오랜 만에 과표구간을 현실에 맞도록 조정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갈수록 격차가 커지는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판단된다. 과표구간을 좀 더 세분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세부담 감소분 가운데 기업에 대한 지원이 미미하다는 점도 갈수록 줄어드는 투자의욕을 살리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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