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美은행 국유화 극약처방 '걱정반 기대반'

혈세낭비·경영간섭 우려에 반대론 비등<br>"최악 상황 막을 마지막 방패" 긍정론도<br>씨티 이어 AIG·BoA등 다음 대상 거론

미 정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을 사실상 국유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행정부가 극약처방을 선택하게 만든 시티그룹 본사의 표정은 너무 담담해 보인다. 뉴욕=블룸버그



[글로벌 포커스] 미국 은행 국유화 극약처방 혈세낭비·경영간섭 우려에 반대론 비등"최악 상황 막을 마지막 방패" 긍정론도씨티 이어 AIG·BoA등 다음 대상 거론 유주희 기자 ginger@sed.co.kr 미 정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을 사실상 국유화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행정부가 극약처방을 선택하게 만든 시티그룹 본사의 표정은 너무 담담해 보인다. 뉴욕=블룸버그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미국은 요즘 은행 국유화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추구해 온 미국인들은 '은행 국유화'라는 자체가 "미국답지 않다(un-American)"고 잘라 말한다. 구소련이나 부패한 관료, 무능한 관리인과 불친절한 서비스 등을 떠올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씨티그룹 지분을 최대 36%까지 확보, 사실상 국유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이 277억달러로 상향조정되는 등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자, 지난해 씨티그룹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취득한 우선주 중 최대 250억달러 어치를 보통주로 전환키로 한 것. 미 정부는 "적극적인 경영 개입은 없을 것"이라며 국유화의 이미지를 최대한 희석시키려는 분위기다. 국유화 반대론자들은 국민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씨티그룹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사실상 국유화된 모기지업체 패니매ㆍ프레디맥의 '악몽'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부터 수백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추가 자금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국유화된 기업에 대한 정부의 경영간섭도 우려된다. 미 정부는 보통주 전환과 함께 씨티그룹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희석도 문제다. 정부의 씨티그룹 보통주 전환으로 인해 기존 보통주 주주들의 지분율은 74%나 하락, 26%로 떨어졌다. 이날 씨티그룹의 주가는 22%나 폭락했다. 이후 정부가 씨티그룹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 감자나 주식 소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은행 국유화 논란이 불거지던 지난주부터 국유화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6일 "은행 국유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경제가 더욱 악화돼 금융기관이 더욱 부실해져야 국유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 씨티그룹과 같은 은행들을 국유화하지 않을 경우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미 월가의 사기업 경영진들이 단기주의와 고액연봉에 매몰돼 실패를 낳은 상황에서, 정부 외의 대안이 또 어디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전까지 수십 년 간 국책 모기지업체로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해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씨티그룹의 사실상 국유화를 통해 당장 부족한 자금을 보충해줄 수 있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에 우선권을 갖는 우선주는 기업의 부채로 장부에 오르지만, 보통주는 기업의 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금융권 회복 및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심어줄 수도 있다. 또 요즘처럼 덩치 큰 은행이 무너질 경우 어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국 마지막 방패는 국유화 뿐이라는 주장이다. 탁견을 갖춘 경제 전문가들이 은행 국유화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은행들은 사실상 지급불능상태"라며 부실은행 국유화를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차근하면서도 신속히 은행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일부 은행을 국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도 "대공황 때보다 더 복잡한 현재의 금융위기를 풀기 위해서는 더 극단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국유화에 한 표를 던졌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차라리 '국유화(nationalization)' 대신 '예비민영화(preprivatization)'라고 부르자"라며 미국인들의 국유화 알레르기를 비꼬았다. 미국인들 상당수는 지난 1930년대까지만 해도 은행 국유화에 찬성했다. 미국 역사상 국유화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미 정부는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군수물자의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철도공사를 국유화했고,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는 6,000개가 넘는 은행으로부터 수백만 주를 매입해 회생을 도왔다. 1984년 컨티넨털 일리노이 내셔널뱅크&트러스트의 지분 80%를 인수했으며, 9ㆍ11 테러사건 이후에는 미 정부가 공항 보안업체들을 운영했다. 지난해 7월에도 미 2위 모기지업체 인디맥뱅크가 한시적이나마 국유기업으로 전환됐다. 국유화 찬성론자들은 이제 '국유화 이후'에 대한 논의에 몰두하고 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하워드 데이비스 학장은 "국유화는 24시간 동안만 우리를 즐겁게 할 뿐"이라며 "국유화 다음 조치가 무엇인지가 진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국유화했지만 지난 한 해 손실 규모가 241억파운드(54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끝없이 추락 중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리처드 파커 경제학교수도 지난달 뉴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적극적인 국유화와 소극적인 국유화, 관리감시와 직접 경영 중에서 어느 길을 택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국유화의 시기와 방식, 경제위기 이후의 재(再)민영화 방안 등을 숙고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다음 번 국유화 대상 금융기업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지목되고 있다. AIG는 이미 정부로부터 1,500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최근 주가가 25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국유화 가능성이 거론됐다. 혹자는 한때 가장 튼튼한 은행으로 여겨졌던 웰스파고까지 국유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개월 새 주식가치가 반토막난 탓이다. 지난해 4ㆍ4분기 FDIC가 부실은행으로 분류한 은행은 전분기보다 81곳 늘어난 252곳이다. 분기별 부실은행 수로 1995년 6월 이래 최대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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