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들어 벌써 몇 차례 청명한 하늘을 가리는 스모그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인 스모그는 한낮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해 사라지는 안개와 달리 온종일 도시에 머무르며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러한 대기오염은 도시나 국가의 경제발전과 함께 변화되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며 우리나라도 과거 1970년대에는 1차 대기오염, 즉 아황산가스ㆍ질소산화물ㆍ일산화탄소ㆍ탄화수소ㆍ먼지 등과 같이 오염발생원에서 대기 중으로 직접 발생되는 오염현상을 겪었으며 근래에는 대기 중으로 나온 대기오염물질이 대기 중 광화학반응을 통해 오존이나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2차 대기오염을 경험하고 있다.
편서풍지대 한국, 중 스모그에 노출
대기환경 관리뿐만 아니라 환경관리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변화는 과거 환경개선의 지표를 오염물질 농도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근래에는 오염물질의 농도로 인한 인체의 위해성 정도를 궁극적인 지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생한 일부 산업시설의 유해 대기오염물질 사고가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고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대기오염현상으로 인한 발암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를 토대로 국내외에서 더 많은 구체적인 노력들이 수반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차원의 대기오염과 대응노력 외에도 국가 간 대기오염 이동, 즉 월경성 대기오염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기상학적으로 편서풍지대에 있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중국ㆍ몽골 등의 국가가 위치해 이로 인한 대기오염의 영향도 주의 깊게 논의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발 대기오염 영향은 오래 전부터 황사 형태로 주로 봄철에 많이 발생했으나 사막화의 심화로 그 빈도가 증가하거나 시기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 및 대기오염배출량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한 황사가 중국 상공을 통과하면서 공기 중에 존재하는 곰팡이나 대기오염물질이 황사와 함께 국내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중국 대도시에서 형성되고 있는 광화학 스모그 현상 역시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형성된 오염물질이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되고 있다.
국가 간 공동 대기관리 적극 제안해야
최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 난징에서 열린 '제10차 한ㆍ중ㆍ일 환경과학원장 회의'에서 미세먼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아시아 대기오염 분야에 초미세먼지에 대한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환경재난 대응에 대한 공동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국가 간 대기오염을 주제로 한국대기환경학회가 주관한 한국ㆍ중국ㆍ일본ㆍ대만이 참가한 국제심포지엄 및 서울시와 한국대기환경학회가 공동 준비한 동북아대기질세미나 등 다양한 형태의 국가 간 대기오염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참가국 연구자들은 대기오염 관련자료의 공유와 논의에 대부분 동의하고 공동연구에 참여키로 했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의 대기오염에 대한 입장을 보태면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 지역대기환경의 공동관리를 제안하고 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대기오염은 그 속성상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나라가 인근 국가에 피해를 줄 수도, 피해를 받을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지역대기질 관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