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독일의 지멘스와의 자동차 전장품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양사가 공동 추진해온 현대오토넷 인수전략에 변화가 온 것으로 보여져 주목된다. 그동안 양사는 현대오토넷을 공동 인수한 후, 여타 전장품 영역에서 별도의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3일 현대차는 “현대오토넷 인수를 위해 협력관계를 구축해 온 독일의 자동차 전장부품(전기ㆍ전자장치)전문 제조업체 지멘스와 이달 중 차제제어시스템모듈(BCMㆍBody Control Module)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또 이번 BCM 사업합작뿐 아니라 카오디오ㆍ내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 부품까지 영역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양사는 그동안 현대오토넷 인수를 전제로 전장부품 사업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해간다는 전략이었다”며 “하지만 오토넷 인수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우선 합작사 설립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대오토넷 인수가 불가능할 경우 양사만의 힘으로 해당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내다봤다. 현재 현대차와 지멘스 컨소시엄은 현대오토넷의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율34.98%)와 인수가격을 놓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대오토넷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차 컨소시엄은 지난 3월 예보와 채권단 등이 보유한 현대오토넷 주식 50.2%를 주당 2,880~2,990원(7월1일 현재 주당 3,525원)에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예보 및 채권단 측은 인수희망가격이 현재의 주가수준보다 크게 낮다는 이유로 가격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의 또 다른 전문가는 이와 관련, “당초 현대오토넷 주가는 현대차 인수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크게 올랐다”며 “현대차가 합작사 설립을 서두른 것은 인수포기 가능성도 있음을 읽어달라는 주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과평가됐던 주가가 하락, 적정 인수가격에 접근할 것을 노린 전략일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