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름값 인하, 카드 할인 방식으로"

"폭리 오해" 주유소업계 변경 요구… 정유 3사는 "어렵다"

정유사들의 기름 값 인하 조치에도 주유소의 기름 값이 찔금 내리는 데 그치면서 인하방식을 놓고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 간 날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21일 주유소 공급가를 리터당 100원 내린 GS칼텍스ㆍS-OILㆍ현대오일뱅크에 대해 SK에너지의 신용카드 할인 방식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정유사가 주유소 공급가를 제대로 낮춰주고 있지 않다는 주장인 셈이다. 현재 SK에너지는 주유소에서 사용한 카드이용 대금을 나중에 결제할 때 리터당 1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의 인하방식이 달라 소비자 혼란이 발생하고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올라 가격 인하분이 상쇄됐음에도 마치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 받고 있어 신용카드 할인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국제 제품가격 상승으로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하분이 상쇄되면서 SK에너지를 제외한 정유 3사의 실제 공급가격은 지난 3월 말 이후 16일까지 휘발유는 리터당 36원, 경유는 20원 인하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주유소 업주들이 실제 공급가 인하분만큼 판매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주유소를 돌며 가격인하에 동참해달라고 읍소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면서 "일부 주유소들이 실제 공급가 인하분만큼 판매가격을 내리지 않아 차익을 챙기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의 요구와 관련, SK에너지를 제외한 정유 3사는 신용카드 할인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가격인하에 동참하다 보니 주유소 공급가격 인하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가격 인하 시기가 3개월로 한시적인 만큼 이제 와서 인하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에너지의 경기지역 자영주유소 사장들은 "SK주유소만 사후 카드할인 방식을 택해 SK주유소의 고시가격이 다른 정유사 주유소보다 높아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카드 할인 방식을 폐지해달라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유소협회의 주장과는 딴판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SK 자영주유소 사장들이 공급가격을 인하 받지 못해 다른 정유사 주유소처럼 차익을 챙길 기회를 차단당하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기름 값 인하를 둘러싼 이 같은 혼란은 정부가 정유사를 압박해 무리하게 가격인하에 나서면서 빚어졌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6일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의 대책 발표에 맞춰 7일부터 서둘러 가격인하를 압박한 게 모든 비극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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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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