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집이 자동차 보다 싸다.' 로이터통신은 20일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주택시장의 붕괴를 통해 생생히 조명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디트로이트가 실업률 증가->가계소득 감소->모기지 연체 및 압류 증가->주택가격 폭락 이라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 특히 최근 불거진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주택 시장의 붕괴가 가속화해 방 4개짜리 번듯한 주택이 중형 승용차 한 대 가격인 3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지난 주말 주택경매 시장은 침울함을 넘어 두려움에 떠는 분위기"라면서 "디트로이트가 주택시장 붕괴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파악하는 사례연구(case study) 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드슨&마셜 경매회사 관계자는 "지난 주말 3만 달러 이하에 낙찰된 주택이 최소한 16채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낙찰가격은 목재 값도 못 건진다"며 극심한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의 단면을 전했다. 3만4,000달러에 주택을 매입한 시민은 "싸게 사긴 했는데 축하 받을 일인지 모르겠다"며 암울한 현실을 씁쓰레했다. 디트로이트 주택시장의 붕괴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시점과 일치하고 있다. 비싼 이자를 물고 주택을 산 자동차 근로자들이 실업자로 전락,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자 압류 주택이 헐값에 대거 쏟아져 나온 탓이다.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14%로 미 전체 실업률(4.5%) 보다 3배 이상 높다. 전체 인구의 30%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공동화로 인한 인구 감소도 주택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이다. 한 때 미국 3대 도시였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지난 50년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지난 5년간 디트로이트의 집값 상승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디트로이트가 속한 미시간주는 지난 1년 동안 집값이 0.4%하락, 미국에서 집 값이 유일하게 떨어진 주(州)로 기록됐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은 6%였다. 미시간주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21.08%로 미국 전체 평균 13%의 두 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부동산 시장 붕괴는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아 도심지 방 4개 딸린 녹음스튜디오가 중고차 값인 7,000달러에 매각되기도 했다"며 "지금 집을 사 시세차익이 발생하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