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엄마와 신경전서 헤게모니 문제 느껴봐"

■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임지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980년대 주체사상에 경도된 애국청년학생들을 키운 건 8할이 당신의 유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시대착오적인 김 장군의 추종자들은 당신의 사상적 사생아들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글 형식을 빌어 도발적이면서 직설적인 화법이 쏟아진다. 민족주의 역사교육을 정당화하면서 민중들에게 획일화된 이데올로기를 강요했던 박정희와 김일성이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국경과 민족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취지의 '트랜스내셔널 역사학'의 대표적 학자로 꼽히는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자신의 딸을 포함한 새로운 세대가 기성 세대의 이데올로기의 폭력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하며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박정희와 김일성을 비롯해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인 무솔리니,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 등 역사 인물에게 보내는 19통의 사적인 편지를 통해 21세기를 이끌어갈 신세대에게 '사적인 말 걸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역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엄마와의 팽팽한 신경전에서 헤게모니의 문제를 느껴보고 아빠와 싸울 때 권력과 지배, 순응과 저항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우선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교조적 역사 공부를 던져버리고 밑으로부터 살아 있는 역사를 추구하라고 제안한다. 특히 한국의 국사 교과서가 한반도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해 줄곧 논란이 돼 온 일본 우파의 '새역사 교과서'와 무척이나 닮은 꼴이라는 주장도 도발적이다. 그 이유는 '피가 이어지는 조사의 역사'를 통해 고유한 국민의 역사를 배우고 단일한 집단적 의지와 욕구를 지닌 국민적 정체성을 기른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쓰인 책들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견해는 마지막 편지인 '한ㆍ중ㆍ일의 동료 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국경을 넘는 역사적 상상력을 위하여'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국가의 경계 속에 가두는 '국사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자신이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 '나의 역사'를 직접 창조할 것을 새로운 세대들에게 간곡히 촉구하고 있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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