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화가 최인선이 신작 '미술관 실내'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 |
|
눈부신 빛을 표현하기 위한 화가들의 열망은 밝음과 어둠의 날카로운 대비를 보여준 카라바지오(르네상스시대의 화가)부터 빛의 마술사라 불린 렘브란트, 아찔한 태양광을 샛노란 빛깔로 표현한 반 고흐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국의 작가 최인선(45ㆍ홍익대 회화과 교수)은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빛 그 자체를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
29일부터 개인전이 열리는 신사동 예화랑에서 미리 만난 작가는 "붓질이 살아있는 흰색은 그 자체로 '광선'이 되고 눈부신 하얀 빛은 사물의 형상마저 지워버리기도 한다"라고 소개했다. 중성적인 흰색이 역동적인 생명력으로 일렁이는 화면은, 흡사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물질 덩어리인 액체 금속이 꿈틀거리며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는 듯한 충격을 전해준다.
"하얀 캔버스에 컵이나 책상 같은 구체적 사물을 그리든 숭고한 절대추상의 흰색을 칠하든 중요한 것은 그림 자체가 생생한 생명력으로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생동감을 가진 이미지는 묘사로 드러나는 게 아닙니다. 짜 낸 물감 자체에 생동감의 원천이 있고, 이것으로 형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작가는 "일회성(一回性)'으로 붓질의 흔적을 살려야만 생명력이 퇴색하지 않는다"고 방법론을 귀띔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흰 선에서 미세한 파동이 감지되고 색색의 교차로 이뤄진 풍경과 정물에서 율동감 마저 느껴진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포용하는 작가는 '미술관 실내' 시리즈 최근작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한 장의 그림 속에는 분할된 화면으로 각기 다른 장소가 공존한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화파가 하나의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묘사했다면 최인선은 서로 다른 공간이 점유한 하나의 화면을 보여준 것. 동시에 선의 반복이 이뤄낸 물체의 생동감은 미래주의(Futurism)의 생명성을 재해석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1985년부터 10년간 '물성의 시대'를 지나 1996년부터 '기호의 시대'를 거쳐 2005년부터 '우리는 모자이크화'라는 주제의 색면추상으로 전개중이다. 각 색채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조화와 공존을 웅변한다. 이번 전시는 29일부터 11월26일까지 열린다. (02)542-5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