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간의 욕심이 낳은 치명적 '프리온' 질병

■살인 단백질 이야기 ■D.T. 맥스 지음, 김영사 펴냄<br>생태계 인위적 조작·먹거리 오염 등으로<br>사람 생명 위협하는 단백질 변형 불러… 광우병 사례등 통해 인류의 위험 경고




스탠리 프루시너 미 UC샌프란시스코대 교수는 광우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그리고 양에서 발생하는 스크래피 등을 일으키는 감염 인자가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199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전까지 단백질은 생명체가 없어 질병을 옮길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그는 먹거리 오염, 자연생태계의 인위적인 조작, 유전적 원인 등으로 단백질 변형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밝혀냈다. 단백질은 원래 3차원적 형태로 꼬여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구조가 변형된 프리온(단백질과 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ㆍProtein+Virion)이 정상 단백질과 결합, 악성이 되고 만다. 결국 정상 단백질이 치명적인 프리온으로 변하면서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프리온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공통점은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게 된다는 점이다. 단백질 변형의 징후는 200여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1765년 11월 베네치아에 전도 유망했던 한 의사가 불면증에 시달리며 급기야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인을 알 수 없던 그의 죽음은 200년 동안 가족력으로 내려오면서 ‘치명적가족성불면증’(Fatal Familial Insomnia)으로 불려졌다. 이 가족은 부모 중 누군가 FFI에 걸리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라는 사실만 확인한 채 아직도 뚜렷한 원인을 모르고 있다. 증상은 이렇다. 땀구멍이 축소돼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며, 잠을 자지 못해 환각에 시달리고 결국 오랜 불면증으로 죽음에 이르고 만다. 가족들은 그 질병의 원인이 단백질의 치명적인 변형이라는 것과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리온 질병은 인간에게만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베네치아에서 의사가 죽어가던 무렵 유럽 전역에는 양이 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뼈 대신 살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어미와 새끼를 교배하는 동종교배를 벌이기 시작한 후부터였다. 양들이 가려움증을 참지 못해 벽에다 몸을 긁어대 결국 죽고 만다고 해서 병명을 ‘스크래피(scarpie)’라 지었다. 최근 광우병 논란으로 시끌한 때에 맞춰 프리온 질병을 다룬 의학 미스터리책이 나왔다. 실제 단백질 변형에 의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저자는 프리온 질병을 완치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자신의 병도 완치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절박한 희망으로 책을 썼다고 서두에 밝혔다. 책은 수많은 기록과 문헌, 관계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취재해 프리온이라는 병원체가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식인 습관으로 심리적 불안 증상과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간 파푸아뉴기니의 부족, 폐사된 가축으로 만든 사료를 먹은 후 소가 미쳐 날뛰다 쓰러져 죽는 속칭 광우병 등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인류를 위험에 몰고 있는 질병의 중심에 ‘프리온’이라는 병원체가 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특히 그 동안 다른 종(種)으로는 전이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프리온 질병이 최근 광우병에 걸린 소 등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프리온 질병을 통해 저자는 인류 최대의 적이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