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호재는 더 이상 호재가 아니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주식시장을 비롯한 국내 시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코스피는 9거래일째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되레 하락했고 채권시장도 장 초반 채권 값이 강세를 나타내다 이내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됐던 이벤트로 주식과 채권시장에 선반영됐다"면서 "부진한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느냐에 따라 시장 역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과 같은 2.00%로 내린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7%(3.34포인트) 떨어진 1,925.91에 마감했다. 최근 코스피 하락의 주범인 외국인은 1,815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내던지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번 금리인하가 정부와 한은의 경기부양 공조 신호로 읽혀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하는 보통 주식시장에 플러스 요인이지만 이미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이번 인하로 증시에 자금이 추가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소재여서 주식시장도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이라며 "최근 코스피 하락은 달러 강세,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외국인이 위험관리에 나서면서 발생한 것인 만큼 대외 악재가 해소돼야 코스피도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외국인의 투자 스탠스에 영향을 줄 대외 이벤트가 몰려 있는 10월 말까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유럽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되는 10월 말까지는 현재 대외 악재가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후 외국인 방향성에 변화가 생긴다면 코스피도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채권시장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3시30분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고시된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06%포인트 오른 2.284%에 거래를 마쳤다. 3년물 금리는 금통위의 금리인하 결정 직후 오전 한때 하락(채권 값 상승)하기도 했지만 상승 마감했다. 국고채 5년물은 전날보다 소폭(-0.004%)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원40전 내린 1,063원10전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