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기상청 개명 신중해야


기상청이 이름을 기상기후청으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지난 1990년 지금의 이름을 붙인 지 23년 만이다.

기상청은 주력인 날씨예보 외에도 기후예측과 기후변화 시나리오 생산업무를 함께 한다. 그래서 조직 이름에 기후를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점차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는 사회 분위기도 반영했다.


기상청의 주장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개운치 못한 구석도 여럿 눈에 띈다.

먼저 전체 정부의 기후업무에서 기상청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업무 안에는 기상청이 맡는 예측ㆍ시나리오 작성도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처럼 기후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과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ㆍ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방법 마련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기후정책을 총괄하는 곳은 환경부이며 행정안전부와 국토해양부ㆍ농림수산식품부 등 기상청을 포함해 13개 부처가 함께 기후문제를 다룬다.


부처 이름에 '기후'를 넣는 곳이 하나도 없는데 기상청이 기상기후청으로 바뀐다면 일반 국민이나 외국인이 보기에는 기상청이 마치 우리나라 기후 문제 대응의 중심부처인 양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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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안을 들여다봐도 인력구성이나 예산 면에서 기후 분야의 비중은 10~20% 정도에 불과해 '기후'라는 이름을 넣기에 아직 민망한 수준이다. 더구나 이름을 바꿀 생각만 있을 뿐 당장 기후연구 분야를 크게 늘릴 계획도 마련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갑작스레 이름 바꾸기에 나선 기상청의 진의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출범이 임박한 박근혜 정부가 기상관련 재난을 포함해 '안전'에 초점을 맞추자 기상청 스스로 그동안 소홀하게 여겼던 기후를 끄집어내 부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부처 이름은 실제 업무와 정체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기상청의 이름 바꾸기는 내용물은 똑같은데 겉모습만 화려해지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상청은 이번 개명작업이 스스로 만든 표어대로 '국민을 하늘처럼'생각해서 추진하는 것인지 부처 위상을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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