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與, 장관겸직 의원들까지 소집 심야 처리

■ 한·EU FTA 비준안 국회 통과<br>민주, 내부 의견 엇갈려 합의처리 약속 번복<br>"핵심쟁점 임기내 매듭" 김무성 대표 총대 메

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진통 끝에 처리된 국회 본회의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에게 의장석에서 물러나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이 김무성 당 원내대표의 사실상 임기 마지막 날인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보이콧 속에 한ㆍ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김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서 원내의 여야 간 핵심 쟁점의 매듭을 푼 것이다. 자신의 임기 내 숙제를 마무리함으로써 6일 당 경선을 통해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에게 짐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이 오는 7월1일 한ㆍEU FTA 발효를 앞두고 이번에 또다시 비준을 못해 발효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거대여당의 무기력증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4ㆍ27 재보선에서 패배한 당의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 돌파했다. 재보선 승리로 한껏 기세가 오른 민주당의 강공에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여야가 4일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두고 벌인 줄다리기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진 마라톤이었다. 민주당은 아침부터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시끄러웠다. 여ㆍ야ㆍ정부가 지난 2일15일 협상을 통해 FTA 비준, SSM법과 농축산업 등 피해 산업 대책을 합의했으나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말 없이 듣기만 한 손학규 대표와 협상을 주도한 박지원 원내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 모두가 반대 의사를 표한 것. 정동영 최고위원은 회의 중간에 회의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냉수를 들이키며 "민주당은 2006년 한ㆍ미 FTA에 찬성했다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며 "이렇게 해서는 한나라당을 대체하려는 대안정당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진통은 이어 열린 의원총회로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가 "이익이 된다고 한다면 다소 야권 연합연대에 섭섭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개인적 소신이 있다"고 진화했으나 비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손 대표가 "맹목적으로 비준에 반대하지는 않으나 현재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여야 합의안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약속을 깼다고 반발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가 '합의를 못 지킬 것 같다. 미안하다'고 전화를 걸어왔는데 국가 중대사는 미안하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오늘 어떤 일이 있어도 한ㆍEU FTA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한ㆍEU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무능한 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의결 정족수를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현직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의원들까지 본회의장으로 불렀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김 원내대표가 비준안을 꼭 처리해야 한다고 호출해 원주에서 강연을 끝내고 시속 140㎞로 목숨 걸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민주당은 세 번에 걸쳐 의원총회를 속개, 대책을 논의했다. 본회의에서 반대토론 및 반대표를 던지자는 의견부터 국회 전체를 보이콧하자는 의견까지 극과 극을 이뤘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굴복한다면 야당의 존재 이유가 있느냐"며 "정부여당의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 야당만 책임을 지는가"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결국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것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으므로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민주당의 입장이 밝혀진 마당에 한나라당이 그것도 못 참고 강행 처리한다면 한나라당은 집권당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10시가 넘어 한나라당 의원들과 민주당을 제외한 일부 야당이 참석한 가운데 결국 본회의가 열렸고 여당 단독으로 한ㆍEU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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