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 "지금 난 법적ㆍ정치적 연금상태"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출입기자들과 함께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등반하면서 국회의 탄핵안 가결과 총선으로 ‘법적, 정치적 연금상태에 있다’며 자신의 최근 처지와 심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날 산행에는 이병완 홍보수석, 김세옥 경호실장, 윤태영 대 변인 등 청와대 비서진이 동행했다. 산행은 두시간 남짓 이뤄졌으며 코스는 대통령의 시내 관망대인 백악정에서 시작, 숙정문을 거쳐 삼청각 옆으로 나오는 길이었다. 노 대통령은 오전 9시55분 출입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백악정에 도착, “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로 말문을 튼 뒤 “청와대 봄 좋죠. 안에 구경을 시켜드려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본관 녹지원 뒤로 올라오는 내부 등산로에서 보는 청와대경내도 아름답다. 완연한 봄이다. 글 쓰시는 분들이 청와대 봄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특히 “10년 안에 청와대가 옮겨 가는데 여길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10년 안 걸리지 않을까. 계획상 10년 안에 가게 돼 있지 않나”며 김 경호 실장에 물었다. 노 대통령은 등산로 있는 약수터에서 잠시 쉬며 약수터 앞 바위에 새겨진‘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을 가리킨 뒤 약수터의 유래에대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곳은 이승만 대통령도 다녔던 곳”이라며 “동방은 인도에서 500년을 살다 죽은 동방삭, 남극은 남극의 별로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심경과 관련 “답답하죠. 시간이 자꾸 가니까. 바깥도 침침하면 느낌이 덜할 텐데, 봄이 오고 꽃이 활짝 피니까 어두운 심경하고 좀 더 대비가 되죠. 어제 그런 얘기를 했더니 비서관 1명이 그걸 춘래불사 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하더라”며 “나는 봄을 맞으려면 심판을 두 번 거쳐야 한다. 재판을 앞둔 피고인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등산’은 했지만 등산매니아는 아니라며 최근 등산이 생활의 변화와 활력을 유지 시켜 준다”며 등산소감을 들려줬다. 노 대통령은 등산로 곳곳에 앉는 사람이 마주보도록 마련된 벤치를 가리키 며 참여정부의 수평적 리더십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대개 삶에서 부닥치는 생활이 쌍방향으로 돼 있다. 청와대 안에도 대통령이 맞이하는 곳에는 손님의 옷걸이가 비치돼있다. 그렇게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경호실장이 등산로의 의자 하나도 그렇게 해놓았다. 이심전심으로. 이게 변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시대가 좌우이념 대립의 시대에서 거버넌스 경쟁의 시 대, 지배구조 경쟁의 시대로 추세가 바뀌어가고 있다”며 “이제 좌우 이념의 문제는 하나로 수렴돼서 차이가 없고, 이론상의 대결일 뿐이다. 이론 상으로는 대립이 선명한 것 같지만, 정책으로 나올 때는 수렴돼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뒤 외출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적 연금상태 아니냐. 지금은 총선 때문에 정치적 연금 상태가 돼 있다. 총선이 지나면 그 런 점에서 조금은 숨쉬기가 나아지겠죠”라고 말한 뒤 “법적인 대통령의직무 외에 의견수렴도 하고, 비공식 토론을 한다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 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치적 해금, 법적 해금 2개의 해금이 있다”며 “단계에 따라 열리겠죠”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구동본기자 dbkoo@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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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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